기자실이 권력의 홍보 루트로 악용될 위험을 막기 위해 언론사가 개별 기자를 한 부처에만 오래 두는 것이 아니라 업무 연관성이 높은 다른 부처로 자주 순환하는 교차 출입을 실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건호 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한국기자협회와 한국방송학회가 4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개최한 '이명박 정부, 새 언론 관계의 모색:출입처와 기자실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제언했다.
이 교수는 '기자실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진단과 제언'이라는 발제문에서 기자실의 장단점을 살펴본 뒤 "일단 기자실은 권력 기구 안에 존치시키되, 기자실 활용을 체계적으로 할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자실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구조적인 차원의 개선책을 내놨다.
그는 "기자실이 권력의 홍보 루트로 사용될 위험을 안고 있는 첫번째 이유는 언론과 권력에 소속된 사람들 사이의 가까운 관계"라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개별 기자를 한 부처에만 오래 두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처로 자주 순환하는 교차 출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환경부 출입 기자를 국토해양부(과거의 건설교통부를 포괄하는 부처)에 보내 환경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하고, 거꾸로 국토해양부 담당 기자를 환경부로 돌려 댐 건설이나 도시 건설 등에 대한 문제를 환경의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교차 출입을 통해 오랜 출입으로 만연할 수 있는 기자와 권력의 유착 관계를 조정할 수 있으며, 기자들이 연관된 분야에 대한 시각을 다양화해 심도 있는 기사를 쓰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기적으로 언론 현장에 있는 출입기자들과 언론학계의 학자들, 관련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보도를 비판하고 토론하는 내부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출입 분야(Beat)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도 제시됐다.
이어 발제자로 나선 이연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일본의 기자클럽에 대해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제도라고 평가한 뒤 기자실의 자체운영 경비를 일본과 같이 투명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언론 기관도 '국민의 알 권리'에 봉사한다는 차원에서라도 기자실의 자체 운영경비는 일본과 같이 투명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나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더 정정당당하게 정보공개를 요구하며 그 내용을 국민에게 가감 없이 밝힐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영국의 로비시스템을 소개한 뒤 "기자실의 부정적 현상에만 초점을 맞춘 상태에서 해결책으로 제시된 참여정부의 개방형 브리핑제도는 정보공급자의 측면에서 정부에 대한 언론의 접근 가능성만 고려한 것으로 언론이나 정보 전달자인 언론이나 정보의 수혜자인 시민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