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휘발유 세금 비중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중간 수준에 불과하다"-2007년 11월 15일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우리나라의 현행 법인세율은 25%(최고세율 기준)로서 중국(30%)·일본(30%)등 주요 경쟁국 및 OECD 평균(26.7%)보다 낮은 수준이다"-2007년 2월 10일 재정경제부 법인세제과장-
정부는 경제정책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할 때 외국의 사례,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많이 사용한다.
미래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논리가 강했던 참여정부 시절, 정부 관계자들은 국정브리핑과 경제부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유류세 등 주요 세목의 세부담이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높지 않다는 설명을 자주 곁들였다.
특히 매년 4월경 OECD가 발표하는 통계연보(Factbook)에는 주요 선진국의 조세부담률을 비롯해 소득세·소비세부담, 근로자의 1인당 세부담 등이 수록되는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지표에서 최하위권을 형성해왔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각종 감세요구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던 정부로서는 우리나라의 낮은 세부담을 소개한 OECD통계가 좋은 재료이자 든든한 '우군'이었다.
8일 OECD가 발간한 2008년 통계연보(OECD Factbook 2008)에도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 등 각종 조세관련 지표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06년 기준 근로자 1인당 세부담은 30개국 중 29위, 조세부담률(GDP 대비 총 조세수입)은 26개국 중 25위, 소득·자산세 부담률과 소비세 부담률은 각각 27개국 중 2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새 정부는 이러한 OECD통계를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국정과제가 바로 '감세정책'이기 때문.
기획재정부에서는 이번 통계에 대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OECD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증가속도는 더 빠르다"며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가 체감하는 세부담은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봐야할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최근 증가속도가 빠른 반면, OECD 국가들은 오히려 조세부담률이 떨어지고 있으며, 경제체계 자체도 다르기 때문에 상대적 순위 등에 대해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유용하게 써왔던 OECD통계가 오히려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정책'의 발목을 잡지나 않을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내 입맛에 맞는 통계에 익숙해 있다가 갑자기 입맞이 바뀌게 된 정부로서는 난감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동안 통계를 맹신해 온 것이 아니라면 OECD통계가 우리나라의 조세환경, 국민성향, 납세성실도, 복지수준 등이 고려되지 않은 단순한 수치는 아닌지 통계의 속내를 한번 제대로 분석해 봤으면 한다.
그래야 100원 세금낸 납세자가 50원어치의 공공서비스를 받는 나라와 10원의 서비스만 받는 나라와 비교되는 단순 통계의 오류에 의한 조세정책이 세워지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래야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국가의 조세철학이 체계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