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현장 검사 모습. 기업의 검사현장으로 파견나온 금감원 검사원들이 와이셔츠 차림으로 검사업무에 열중하고 있다. 피검사인도 와이셔츠 차림이다.>
■ 금감원 검사가 강압적이라고?…피검사인도 와이셔츠 차림인데...
낮 기온이 24도까지 올라갔던 8일 오후 3시 반경. 약 13평 남짓한 공간이 덥게 느껴지는 가운데 5명의 금융감독원 검사팀은 6일째 한 여신금융전문회사의 현장 검사를 진행했다.
무거운 서류 더미들을 옆에 끼고 노트북을 치는 소리, 서류를 뒤적거리는 소리, 그리고 검사원들이 옆에 앉은 피검사인과 얘기를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과거 마주보고 앉아서 취조하던 느낌을 주었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또 한 가지. 금감원 검사원의 요청으로 검사장에 들어선 피검사인은 가벼운 와이셔츠만 입고 있었다. 정장 외투 단추와 넥타이까지 꼼꼼하게 점검한 후 긴장된 표정으로 검사장에 들어갔던 모습도 사라졌다.
현장검사가 일어나는 검사장의 문도 더운 날씨 때문인지 활짝 열려 있었다.
지난 3일 김종창 금감원장이 동부생명의 검사 현장을 사전 통보 없이 전격 방문해 강압적인 검사를 바꾸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한 이후 금감원의 첫 검사현장 은 불과 3~5년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2001년도에 금감원 검사를 받았던 금융회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 느꼈던 것에 비해 부드러워지고, 말씀도 자상해졌다"며 "예전에는 감사실을 만들고, 경우에 따라서 금감원에서 반장실은 따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피금융회사의 회의실을 임시 '검사수검장' 으로 만들었다.>
■ "커피 마시는 비용 나중에 정산…식사는 절대 못해"
현장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장소는 피검회사의 회의실로 회의실 문 앞에 '검사수검장'이라는 A4 크기의 종이를 붙이고, 전화를 몇 대 갔다 놓는 것으로 간편하게 만들어진 임시 검사장이다.
금감원 검사원들은 자신의 노트북PC를 갖고 와 사용하며, 현장 검사시 검사장에서 커피를 마시는 비용도 나중에 정산해서 다시 돌려주고 있다고 한다.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피감독기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도중에 (피검사기관 관계자들과) 식사는 절대 못하게 돼 있다"며 "윤리규정에 이런 내용이 나와 있고, 만약 걸리게 되면 인사위원회로 회부되는 만큼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검사원들은 현장검사가 있는 동안에는 이 곳으로 출퇴근을 한다.
또한 금감원 검사가 끝나고 난 뒤 금감원 내부의 감찰팀에서 나와 피감독기관 관계자들에게 금감원 검사원이 강압적이지는 않았는지 등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된다. 이런 제도는 금감원 탄생과 함께 시작됐지만, 강화된 것은 5~6년 전부터다.
금감원의 검사 관계자들은 "금감원 검사가 강압적이라는 것은 옛날 얘기이고, 예전 얘기만 듣고 언론에서 기사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오래 전부터 금감원 검사는 달라졌고, 새 원장이 오고 나서 더 바뀌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로 부임한 김 원장은 검사 제도를 ▲현장검사 축소(서면검사 확대) ▲신분적 제재→금전적 제재 ▲제재 위주의 감독→컨설팅 위주의 감독 ▲모범사례 발굴(검사서 반영, 타 금융회사가 보고배울 수 있도록) 등으로 시장친화적인 검사를 강조해왔다.
한편 금감원은 2005년부터 한 사람이 특정 금융기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금융회사별 전담검사역(RM:Relationship Manager)제도를 도입해 금융기관을 상시감시하고 분·반기마다 업무보고서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할 때 검사를 결정하고, 검사 날짜가 정해지면 한 달 전에 금융기관에 통보해 필요한 서류로 서면검사를 한 후 부족한 부분이 있거나, 직접 관계자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을 경우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