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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현상 때문에 시험 망친 수험생 속출…'천추의 한'
지난 20일 서울 2곳과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6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 제45회 세무사자격 1차시험에선 생리현상 때문에 시험을 포기하는 수험생이 속출하는가 하면, 다른 시험장을 찾아왔지만 간신히 시험을 치르는 등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졌다.
■ 생리현상으로 수 년 농사 망쳐버린 수험생
2008년도 세무사 1차 시험이 치러진 서울 중곡동에 위치한 대원학원. 이곳에선 무려 5명이 '생리현상' 때문에 시험을 포기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됐다.
오전 10시 1교시 시험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수험장에 있어야 할 수험생들이 감독관과 함께 시험본부로 들어왔다. 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들은 시험지가 배부된 후에야 생리현상 해결을 위해 화장실을 찾았거나, 화장실에 갔다가 입실시간을 그만 넘겨버린 수험생들이었다.
이들은 시험규정을 지키지 않은 이유로 안타깝게도 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며, 경쟁자들이 시험을 치르는 모습만 지켜봐야 했다. 생리현상이 '천추의 한'을 남긴 셈이 됐다.
■ "왜 답안지는 늘 뒤부터 걷지요?"…"그건 그러니까…"
어느 시험에서나 시험시간이 부족해 답안지를 밀려 쓰거나, 시험지에만 답을 체크하고 답안지에 옮겨 적지 못한 수험생이 있는 것은 다반사.
이날 시험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여지없이 연출됐다. 1교시 시험이 끝나자 시험본부는 종료까지 답안지 마킹을 제대로 하지 못한 수험생들의 항의로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3년 간 시험을 준비했다는 한 수험생은 "중간에 답안지를 바꾸는 바람에 미쳐 마무리하지 못했다"면서 "시험지에는 다 표기를 해 뒀으니 마킹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울먹였다.
또 다른 수험생은 "뒤에서부터 답안지를 회수해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며 "앞에서부터였다면 마무리했을 것"이라고 주장해 일순 시험감독관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파견관으로 나온 국세공무원교육원 장철호 교수는 "수험생의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할 수 있으나 시험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답안지를 회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는 응시자 주의사항에도 나와 있는 사항이고 감독관들이 시험종료 이전에 남은 시간을 알리고 있다"면서 "사적인 감정에 흔들린다면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논리로 무장했던' 이 수험생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 "앗! 시험장을 잘못 왔다. 어쩌지?"…"각서 쓰고 여기서 보세요"
이날 시험에선 여의도로 갈 한 수험생이 중곡동 대원학원으로, 중곡동으로 갈 수험생이 여의도중학교로 오는 소동도 빚어졌다. 시험을 주관하는 측에서 고집을 부리면, 자기 시험장으로 옮겨가도 입실시간에 늦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
고사장을 잘못 찾은 수험생들은 이날 각서를 쓰고 임시자리에서 간신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결시한 수험생의 자리를 대신 채울 수 있었던 것.
국세청 관계자는 "시험 고사장을 잘못 찾은 학생들을 위해 임시 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며 "1년 이상을 준비해 온 수험생들의 심정을 고려해 이런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 "사인펜 사세요"…"고마워요 학생. 내년에 또 와(?)"
정작 수험생들은 수험표를 잃고 오거나 자기 시험장을 몰라 엉뚱한 곳을 헤맸던 사이, 어떻게 알았는지 수험생보다 시험장을 더 잘 알고 찾아온 사람이 많다는 것은 수험생들이라면 익히 아는 사실.
시험장이 위치한 학교 근처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시계, 계산기, 컴퓨터용 사인펜 등 시험에 필수적인 도구를 갖추고 친절하게 수험생들을 기다리는 수험생 도우미(?) 아줌마들.
수험생들은 교문을 들어서며 1년에 한번 대목을 맞는 그들을 보고서야 가방에 시험도구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사인펜과 계산기를 사며 한숨을 돌리기도 했다.
사인펜 하나를 산 수험생에게 "고마워 내년에 또 와"라고 하는 한 아주머니의 멘트가 기자에게만 이상하게 들렸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