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투명 세정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
국세청이 서울 수송동 국세청사 14층에 위치해 있던 국세청장 집무실을 12층으로 이전한 것과 관련해 국세청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투명세정 집행'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게 국세청의 명분이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반반인 것 같다.
특히 '멀쩡한' 국세청장 집무실 등을 이전하면서 수 억원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예산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이전의 뒷 배경에 '풍수지리설'이 자리잡고 있다는 '유비통신'까지 겹쳐져 국세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국세청은 6일 12층으로 이전, 유리벽 설치 공사를 마친 국세청장실을 출입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종전과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청장실 내부가 밖에서도 훤히 보인다는 것과 청장 집무실 책상의 위치가 달라진 정도다.
□ 국세청장 집무실 어떻게 변했나= 국세청사 14층에는 국세청장 및 차장실(비서실 포함), 기획조정관실, 운영지원과장실, 간부회의실 등이 위치해 있었다. 외부인의 출입이 쉽지 않은 곳이었다.
국세청장 집무실 등이 이전한 12층에는 감사관실, 감사담당관실, 감찰담당관실 등이 위치해 있었다. 국세청은 국세청장실 및 차장실, 기획조정관실, 운영지원과장실을 12층으로 옮기고 감찰담당관실 등은 14층으로 옮기는 공사를 진행해 왔다.
투명 유리벽도 설치됐다. 국세청장실과 감사담당관실은 단단한 벽이 아닌 투명 유리벽으로 교체됐다. 차장실, 기획조정관실, 운영지원과장실 등은 유리벽 설치대상에서 제외됐다.
□ 왜 바꿨나= 청장실 유리벽 설치는 전적으로 한상률 국세청장의 아이디어라는 설명. 다만 재신임 여부가 불투명했던 취임 초기를 피해 새 정부로부터 재신임을 받은 직후 설치공사를 단행했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당초 국세청은 청장실 등의 위치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유리벽 설치를 검토했었다. 그러나 청사 건물 특성상 청장실 입구가 좁아 유리벽 설치의 취지를 살리기가 어렵다는 판단아래 이전을 검토했고 최종적으로 12층 이전을 확정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한 청장의 의지에 따라 다소 폐쇄적인 구조로 되어있던 청장 집무실을 투명 유리벽으로 교체한 것"이라며 "공사여건을 감안한 측면도 있지만 직원을 섬기는 '낮은 자세'를 상징하기 위해 12층으로 이전했다"고 설명했다.
□ 예산, 얼마나 들었길래… = 국세청의 이 같은 '본의'와는(?) 다르게 청장실 등 이전 공사와 관련해 각종 '카더라'통신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상징적인 명분만을 내세워 '예산'을 낭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국세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 일각에서는 청장실 이전 공사에 무려 15억원을 투입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 가뜩이나 '예산절감'을 외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방침을 역행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더해져 흘러다니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세청이 지난 3월21일 조달청에 요청한 입찰공고에 따르면 당초 국세청은 사무실 재배치 건축공사에 6억4098만8000원, 사무실 재배치 전기공사에 3억1685만5000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공개경쟁입찰 과정에서 최종 낙찰가는 건축공사 4억5799만5400원, 전기공사 2억5685만8780원이 소요된 것으로 확인됐다.
총 7억1485만4180원의 비용이 사용된 것.
이와 관련해 조달청 관계자는 "경쟁입찰을 통해 입찰가격이 책정됐기 때문에 이 금액에서 계약이 이뤄지게 된다"며 "그러나 공사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은 (부처에서 조달청 입찰 없이)추가적인 계약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경쟁입찰을 통해 확정된 금액과는 별도의 추가예산은 사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공사예산 절감을 위해 종전 청장실 옆에 위치했던 간부회의실을 14층에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 꼬리무는 '소문'…진실은?= 청장실 등 이전과 관련해 각종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에 대해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청장실 등 이전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투명성의 부족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설명인 셈. 현재 국세청 안팎에서 떠도는 소문은 '풍수지리설'에 영감을 얻어(?) 이전을 추진했다는 것.
국세청의 한 직원은 "풍수지리상 기존 청장실이 14층에 위치한 때문에 각종 (청장과 관련한)사고가 터져 나와 이전했다는 소문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문의 진상은 이렇다. 지난해 11월 중국과의 정기 교류 목적으로 방문한 첸관린 국세청 차장이 '풍수지리상 14층은 좋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세청은 전군표 前국세청장이 거액의 뇌물상납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는 등 일대 '위기상황'이었다.
한 국세청장이 취임한 이후 풍수지리 전문가 등이 동원돼 '청장 집무실을 12층으로 옮기면 길운(吉運)이 퍼질 것'이라는 조언이 이전 공사의 직접적인 '원동력'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국세청의 한 직원은 "12층 이전과 관련해 중국 국세청 차장의 조언과 풍수지리가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은 국세청내 '2급 비밀'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기존 14층 청장실은 건물 구조상 유리벽 설치가 상당히 난해한 측면이 많아 12층으로 이전한 것"이라며 "일각에서 떠돌고 있는 소문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 반박했다.
또 다른 국세청 관계자는 "공사가 시작되기 직전부터 이 같은 근거가 불분명한 소문이 나돌았다"며 "유리벽 설치 및 이전에 대한 국세청의 본의를 깎아 내리기 위해 만들어낸 낭설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