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비과세·감면 대폭 정비방침…실현여부 관건
이명박 정부가 감세(減稅)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의 부담을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참여정부의 증세(增稅) 기조를 뒤집은 것으로 국가 조세정책의 큰 틀이 변한 것이다. 이에따라 올해 전 세목에 걸쳐 세제개편을 단행하는 등 대대적인 조세개혁도 예정돼 있다.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 정책의 성공 여부는 그 실효성 문제와 재원마련을 위한 대안을 최대 관건으로 꼽는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금을 줄여주는 것이 반가운 일이지만, 고소득층 또는 대기업에만 혜택이 집중된다거나, 세수 감소로 인한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에서는 감세의 혜택이 고소득층·대기업뿐만 아니라 경제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지난해 초과세수 및 향후 예산절감 노력 등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감세로 인해 세수 얼마나 줄어들까?= 새 정부는 각종 감세정책을 총 3단계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미 1단계로 유류세 10% 인하, 임시투자세액공제 일몰 1년 연장, 1세대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확대 등의 조치를 취했다. 재정부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로 인해 약 2조원, 임시투자세액공제로 1조9000여억원, 양도세 감면 확대로 1100억원 등 총 4조원 가량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2단계로는 오는 6월 국회에서 법인세율 인하를 중심으로 한 감세정책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 방안은 현재 25%가 적용되고 있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5년간 단계적으로 20%까지 낮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향후 5년간 8조6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전망이다.
아울러 전 세목에 걸친 근본적 세제개편을 통해 각종 감세를 비롯한 조세체계의 선진화, 세원투명성 강화 등의 방침인 가운데, 오는 8월경 구체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재정부는 이를 통해 약 1~2조원 정도의 추가 감세재원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1단계 방안의 경우 기존의 세입예산에서 충당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필요한 감세재원은 9~10조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재정부는 설명했다.
□ 정부, 작년 초과세수 중 절반은 감세에 활용= 지난해 정부는 당초 세입예산에 비해 14조2000억원의 세금을 더 거뒀다.
이렇게 초과세수가 발생한 이유는 교통세수 이월 및 양도소득세수 증가 등 일시적 요인도 있지만, 그동안의 세원투명성 제고 및 과표양성화 정책에 따른 자납세수 증가 등 항구적 요인도 있다는 게 재정부의 분석이다.
김낙회 재정부 조세기획관은 "초과세수 중 7조원 정도의 항구적 초과세입을 감세 등의 방식으로 민간에게 돌려주어 경제 활성화를 꾀할 것"이라며 "9~10조원의 감세재원 중 나머지 부분은 과표양성화 수준을 높이고, 음성탈루소득 과세를 강화하는 등 과세기반을 넓히는 방식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예산 자체를 줄여 감세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재정부는 우선 올해 기존 예산 중 사업비와 인건비 등에서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절감키로 했다.
아울러 내년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을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재검토해 18조원을 절감하는 등 총 20조원이 넘는 규모의 예산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로 인해 남는 재원은 감세와 일자리 창출, 성장동력 확보 등 경제 살리기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해 "정부가 20조원의 예산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정도면 감세정책을 시행하는데 충분하다"며 "아무리 감세를 해도 10조원 범위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비과세·감면 대폭 정비여부가 관건=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초과세수와 예산절감방안 등으로 인해 감세로 인한 실탄이 충분히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조세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기본적인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병목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감세를 추진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비과세·감면제도를 축소해 추가적 세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제도를 단순화하므로 납세 관련 비용을 줄이는데도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세제 단순화와 조세수입 확보를 위해 개인과 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제도를 상당수준 정비해야 한다"며 "저축에 대한 공제와 기업의 투자세액공제, 준비금 제도 등의 조세지원방안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부에서도 올해 대대적인 비과세·감면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재정부는 약 22조원 규모의 각종 조세감면제도를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점검해 대폭 정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비과세·감면제도의 각 조항별로 뜯어보면 각종 투자세액공제나 R&D(연구개발) 관련 공제, 서민·중소기업·농어민 지원 등 정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항상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은 세우지만, 수혜계층의 반발과 국회 통과과정에서의 어려움도 많았다"며 "올해 대폭 정비하겠다고 밝혔는데 임투공제나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규모가 큰 제도들은 없애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선 재정부 조세기획관은 "많은 국가들이 법인세율을 인하하면서 비과세·감면을 동시에 축소했다"며 "항목별로 보면 손대기 아픈 부분이 있지만, 감세를 하려면 비과세·감면 정비는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정책이 실제로 경제활성화와 서민 세부담 경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아울러 예산절감과 비과세·감면 정비방안이 제대로 보완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