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시절 공약에 이미 나와 있다. 규제완화와 세제감면, 그리고 공급확대를 통한 시장활성화가 그 핵심이다.
그 중에서도 세금문제에 대해서는 취득·등록세 인하,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부담완화, 6억원 초과 1주택보유자 양도소득세율 인하, 지방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양도세 중과세 완화 등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것이다.
이들 세제의 공통적인 변화 목표는 크게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함께 담세능력에 맞는 세부담 완화이지만 세부담 완화가 시장활성화로 연결된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다는 것이 우리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다.
특히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 놓고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양도세를 완화하는 방안이 참여정부시절부터 줄곧 제기 돼 왔지만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원칙과 시장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새 정부 들어 야당과 합의를 통해 감세안이 실행된 것을 꼽아봐도 기껏해야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특별공제율 확대뿐이다.
나머지 취·등록세 인하공약은 재정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고,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손질은 올해 안에는 논의될지도 의문이다.
새 정부 감세정책을 지휘하고 있는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최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상적인 것은 투기세력이 발을 못 붙이도록 하고, 거래는 활성화하는 것인데, 문제는 (부동산 문제를) 합리적으로만 보지 않고 감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좀더 시장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만 밝혔다.
그만큼 부동산에 대한 감세는 부자들에 대한 세금완화라는 서민들의 시각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그러나 새 정부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감세정책이 부동산에서만 예외일수는 없고, 또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 부동산 세금에 대한 부담완화도 필수적인 항목이라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취·등록세 인하의 타당성= 현재 주택 취득·등록세는 전용 85㎡ 국민주택 규모 이하 주택의 경우 거래가의 2.2%(교육세 포함), 85㎡ 초과 주택은 거래가의 2.7%(농어촌특별세, 교육세 포함)를 부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1월 인수위 시절 이를 절반 수준으로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정확히 언제부터 인하할지, 어떤 방식으로 인하할지아직까지 결정을 못하고 있다.
지방세수 감소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고, 또 거래세 인하가 곧바로 거래로 연결된다는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지방의 경우에는 수도권과 좀 차별화 해서 (인하시기를) 빨리 가져가야 할 것"이라면서도 "시장상황을 더 봐가면서 신중하게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도 취·등록세보다는 양도소득세 인하가 거래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거래세 인하에 대한 접근은 그 효과보다는 근원적인 타당성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부동산을 빈번하게 거래한다고 해서 사회에 큰 해악이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조세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취득세와 등록세의 과세대상이 겹치는 경우 중복과세가 될 수 있다"고 '중복과세' 문제를 지적했다.
이동식 경북대 교수는 "1세대1주택자가 다른 곳으로 이사할 땐 거주이전의 자유를 위해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다가 새로운 주택을 취득하면 취득세·등록세를 내도록 한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1세대1주택자가 거주이전을 목적으로 추가로 취득하는 주택에 대해서도 일정한 범위에서 취득세를 면제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취득·등록세의 또다른 문제는 기업에 대한 과도한 세금부담이다.
기업이 사업목적으로 취득하는 부동산의 경우 일반주택의 두배인 각 2%(교육세 등 제외)씩의 세율이 적용된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기업은 건물이나 공장부지를 매입하는 것이 주택을 매입하는 것보다 더 적합한데도 주택에 비해 높은 거래세를 부담하는 모순이 있다"며 "기업이 목적사업을 위해 취득하는 주택 이외의 부동산의 경우 거래세율을 주택과 같은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세제, 조세저항 줄일 수 있는 수준 완화 필요= 양도소득세는 최고 50%가 넘는 중과세율을 적용하고 있는 세금이다.
국민 누구나 본인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그냥 내어놓으라고 한다면 강한 불만을 품게 될 것은 뻔한 일.
특히 종합부동산세제 도입 등 보유세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양도세마저 높게 과세되고 있어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마저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조세전문가는 "양도세제 등으로 인해 납세자들의 조세저항에 직면하기도 한다"며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조세정책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고, 결국은 누더기 세제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지적했다.
양도세 인하는 새 정부가 가장 빨리 가시적인 감세성과를 내 놓은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 3월11일 정부는 1세대1주택자의 장기보유 특별공제율을 현재 3년이상 보유시 매년 3%p 씩 늘려 최장 45%p(15년 이상 보유시)까지 공제에서 매년 4%p씩 늘려 20년 이상 보유할 경우 공제율을 최대 80%까지 확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양도세의 실효세율(납부세액/양도차액)도 종전 6.8%에서 4.9%로 1.9%p 정도 감소하고, 전국 1세대 1주택자 중 80% 수준인 23만세대가 세금인하 효과를 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그 금액과 대상이 적고, 실제 양도세 인하 효과를 기대하는 대부분의 세대는 2주택자 이상이라는 점에서 양도세 인하혜택의 확대는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박재환 중앙대 교수는 "보유주택수가 많은 게 투기가 아니라 단기간의 시세차익을 거둘 목적으로 주택을 매매하는 것이 투기라고 한다면 단순히 다주택이라는 이유만으로 세제혜택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라는 문제보다는 실제 거주의 개념으로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대신 양도세 완화혜택은 늘려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는 것.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4월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공급확대정책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담세능력이 없는데 과도한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점 등에 대해 개선하겠다"고 직접 브리핑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부동산 세제개편은 담세능력을 고려한 모든 감세조치가 총동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종부세도 빨리 완화해야= 강만수 장관은 또 "기업용 부동산에 대한 세금도 대외경쟁력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기업들의 과도한 종부세 부담 주장에 희망을 던져줬다.
기업이 부담하는 종합부동산세의 완화에 대한 주장은 제도 도입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로 지난 2006년을 기준으로 전체 종부세 납부인원의 3.8%에 불과한 법인납세자가 전체 종부세액의 55.3%를 부담하고 있다는 점은 종부세의 기본 도입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논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업종의 특성상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백화점, 골프장, 호텔 등 유통·서비스·관광업종은 과세특례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지나친 세부담을 진다는 지적이 제기 돼 왔다.
전경련 관계자는 "관광호텔의 경우 시내중심에 위치해 높은 지가로 인한 재산세, 종부세 부담이 크다"며 "서울시내 한 호텔의 경우 보유세가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의 26%까지 차지해 영업이익률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보유세 부담도 매출액 대비 21% 규모로 상당한 부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세금을 더 낮추고 업계가 가격인하 노력을 해야 골프장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고 밝힌 것과 일맥 상통하는 주장이다.
□부동산세제 완화, 재정부 복안에 관심= 정부 안팎에서 부동산 세제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높지만 부동산이라는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부동산에서의 감세는 그리 쉽게 해결될 문제만은 아니다.
부자들만을 위한다는 비난을 의식한 채 새 정부의 각종 부동산 감세안 중 상당부분은 이미 총선을 거치면서 물밑으로 숨어버렸고, 최근 정국을 볼 때 앞으로도 그 모습을 드러내기가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기본적으로 부동산 투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제를 동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효과도 없고 오히려 시장을 왜곡한다. 그러나 도입된 세제를 함부로 건드리면 시장이 또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부동산 세금을 완화하는 쪽으로 하되, 일단은 시장이 안정화 되도록 기다려봐야 한다. 시장을 봐가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본격적인 세제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시장안정과 감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어떤 복안을 내 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