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4일 윤종용 대표이사 부회장의 퇴진 소식을 전하자 당장 일부 관계자들은 산전수전을 겪은 이 백전노장의 값진 업무 지식과 경험을 아까워했다.
삼성전자도 그런 점을 헤아려 윤 전 부회장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하고 그에게 삼성전자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자문해줄 것을 요청하는 '예'를 갖췄다. 삼성전자는 원래 퇴직임원들에 1-3년 가량 고문이나 자문역을 맡기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예우 차원이 아니라 현역시절 이들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윤 전 부회장은 무려 12년동안 총괄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현장 비즈니스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사례와 달리 상임고문을 맡기고 후진 양성에도 일정한 역할을 하도록 배려했다고 삼성전자 관계자는 15일 전했다.
'퇴직임원 모시기' 양상은 삼성전자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웬만한 대기업은 모두 엇비슷한 예우 체계와 활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전무 이상의 고위 임원이 퇴직할 경우 필요에 따라 1-2년간 자문역에 위촉하고, 퇴임 당시 연봉의 50% 이상을 지급한다. 상무 이하 임원에게도 퇴직 위로금과 함께 일정기간 퇴직 당시 기본 연봉을 제공한다.
여기에 퇴직 임원들의 취업 알선을 위한 지원프로그램도 운용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을 통해 퇴직 임원들이 협럭업체에 기술.경영노하우를 지원토록 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현대차와 기아차는 퇴직자 모임인 자우회와 기우회의 운영경비를 보조하고 있다.
LG는 사장직 이상 퇴직임원에게 1-2년간 고문직과 2년간의 자문역을 준다. 또 기사와 차량를 제공하고 종합건강검진도 챙겨준다.
LG는 퇴직임원들을 위해 서초동 'LG클럽'이라는 공간도 두고 있다. 여기서는 전현직 임원간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퇴임후 새로운 사업구상과 전업 준비를 위한 지원도 한다.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퇴임 임원을 위해 '아웃 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전직 알선이나 창업컨설팅 전문기관을 통해 창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SK는 최근 물러난 조정남 SK텔레콤 전부회장을 고문으로 선임하는 등 퇴직 CEO에게 3-5년간 고문 등의 직책을 맡기고 있다. 별도 사무실 등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기간이 끝나면 SK에너지의 유경회 등과 같은 퇴직 CEO들 모임에 제공되는 사무실과 사무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롯데는 사장급 퇴직자의 경우 고문, 그 이하 임원은 자문역으로 1-2년간 대우하면서 급여의 30-50%를 준다. 상임고문과 자문역에게는 각 계열사에 사무실도 제공된다. 이 기간 학자금과 건강검진 지원, 그룹 상품 구매시 할인 혜택 등은 기본이다.
롯데는 또 작년 4월부터 퇴직임원 재취업과 창업상담, 은퇴생활 설계 등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 전직(轉職)상담 서비스 회사와 용역계약을 맺고 퇴직임원 전용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퇴임 임원은 1년간 자문역을 하면서 필요한 업무에 가끔 투입되기도 한다. 퇴직 임원은 종전 급여의 50%를 받으며 항공 여행시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다.
현대상선은 사장급 퇴직자에게 비상근 고문으로 별다른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2년간 종전 급여의 70%를 주고, 신세계도 부사장급 이상으로 퇴임한 임원은 2년간, 그 이하 임원은 1년간 비상임 고문역으로 대우하며 퇴직시 기준 기본급을 지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