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회사 채권추심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카드사와 채권 회수업무 위임계약을 맺고 추심원으로 일하다 뇌출혈로 숨진 채모씨의 어머니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S카드 지점에서 일하던 채씨는 2005년 4월18일 오후 7시30분께 사무실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출혈로 숨졌다. 채씨는 2004년 9월 위임계약을 맺고 비정규직으로 일해왔다.
유족은 업무상 재해라며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례비 지급을 요청했지만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 볼 수 없어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승소 판결했지만 2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것처럼 망인과 회사의 계약이 위임계약 형식이고 업무 시간과 장소를 따로 정하지 않았으며 정규직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ㆍ복무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카드사는 필요한 경우 시간과 장소를 정해 업무를 하게 할 수 있고, 망인이 회사에 업무처리 상황을 통보하도록 했으므로 업무에 관해 적절한 방법으로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할 여지는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채권추심원들은 채무자 확인이나 실적 입력을 위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서는 업무 가 불가능했고 6~8명이 팀을 이뤄 업무처리한 점, 팀장은 수시로 목표달성을 독려하고 1주에 2~3회 조회를 하면서 교육한 점, 회사는 업무를 감시ㆍ통제하고 정장 착용을 지시한 점 등을 보면 망인은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심은 근로자가 아닌 근거로 정규직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이 적용되지 않고 근로내용ㆍ시간과 관계없이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은 점, 망인이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지만 이는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시간제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거나 사용자가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한 사정들에 불과하다. 이것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