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7일 모처럼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채 청와대에 머물렀다.
이날 오전 집무실로 출근, 참모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각종 자료를 검토하는 등 통상 집무는 했지만 토요일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것은 지난 2월 25일 취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최근 이 대통령은 매주 토요일을 '국민 소통의 날'로 정하고 가급적 청와대를 벗어나 국민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으나 이날은 차분하게 현안을 챙기며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대통령은 취임후 첫 토요일이었던 3월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까지 토요일에는 항상 공식일정이 있었다"면서 "특히 외부일정이 많았는 데 이번주는 예외"라고 말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3월 8일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및 광진구 재래시장 방문 ▲3월 15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 ▲3월 22일 여성부 업무보고 ▲3월 29일 국가보훈처 업무보고 ▲4월 5일 도라산 평화공원 식목행사 참석 및 은평 뉴타운 건설현장 방문 ▲4월 12일 우주인 이소연씨와의 화상통화 ▲4월 19일 한.미정상회담 ▲4월 26일 포천 한우농가 방문 ▲5월 3일 국가정보원 업무보고 등의 '토요 일정'을 소화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이례적으로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청와대에 머문 것은 최근 복잡한 국내 정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논란과 '친박 복당' 문제 등 난제가 겹치면서 국정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데다 대내외 경제여건까지 악화일로로 걷고 있어 '돌파구' 모색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한 취지라는 것.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최근 '소통'과 '반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 대통령이 정치권 안팎의 지인들과 비공식 면담을 갖고 조언을 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박 전 대표와의 회동 이후 대선기간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전직 언론인들을 초청해 만찬간담회를 가졌다.
한 참모는 그러나 "현재로선 비공개 면담 일정도 잡혀 있지 않다"면서 "이 대통령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의 당청 정례회동 등 다음주 일정을 준비하고 최근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정국구상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