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국세체납자에 대한 출국규제 업무 소홀로 체납자들이 자유롭게 '해외 나들이'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5000만원이상의 세금을 내지 않아 일정기간 출국규제 또는 여권발급제한 조치를 취했더라도 제한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규제조치가 해제되는데도 국세청이 이를 연장하는데 '무신경'했던 것.
체납을 하고도 해외를 제 집 드나들 듯 한 사람들은 모두 129명. 이들이 안 낸 세금은 무려 1662억원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졌다.
특히 인천 부평구에 사는 한 시민은 세금 9517만원을 체납해 출국규제가 됐지만 지난 2005년 초 국세청의 방치로 출국규제가 저절로 풀려 2년도 안 되는 사이 무려 181회나 해외여행을 즐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3일 "국세청이 체납자 출국규제기간 만료 후 규제 재연장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방치해 조세채권 확보를 위한 출국규제제도의 실효성이 반감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현행 '국세징수사무처리규정'에는 5천만원 이상 체납자로부터 압류·공매 등으로 조세채권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땐 요건에 맞춰 6개월 이내의 기간에서 출국금지 또는 1년 이내의 기간에서 여권발급제한 등 출국규제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
출국규제대상은 ▲정당한 사유 없이 2년 동안 해외 출입횟수가 5회 이상인 자 ▲년간 5만불 이상의 고액을 해외로 송금한 자 ▲사해행위 취소소송 중인 자 등 체납처분을 회피할 목적으로 국외도주의 우려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출국규제 체납자라도 ▲해외건설 계약이나 수출신용장 개설을 위한 출국 ▲해외취업 등 외화획득을 위한 구체적 사업계획하의 출국 ▲국제회의 참가 등을 위한 출국 등 경기부양과 국위선양을 위한 출국의 경우는 출국규제를 철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6개월 이내의 출국금지 또는 1년 이내의 여권발급제한 기간이 끝나도 체납액을 납부하거나, 규제철회의 예외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를 연장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2004년부터 3년 간 국세청에서 국세체납자의 출국규제요청을 한 사람은 1115명이었으며, 이 중 출국규제가 해제된 1076명을 분석한 결과 82.16%에 달하는 884명이 규제기한을 연장하지 않아 자동으로 해제된 경우였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출국규제목적이 체납세금 확보라면 정작 체납액을 납부해 출국규제가 풀린 납세자는 79명으로 전체 해제자의 7%에 불과했으며, 징수소멸시효가 완성돼 출국규제가 해제된 사람도 10명뿐이었다.
출국규제 요청자 중 82.16%를 연장조치 없이 방치하다보니 9517만4000원을 체납해 2004년 7월 출국 규제됐던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사는 체납자는 이듬해 1월 규제기간 만료로 출국규제가 풀려, 2년도 안 되는 사이 출입횟수가 181회에 이르렀다.
감사원은 "체납액 납부가 없었지만 출국규제 연장 요청을 하지 않아 규제가 풀린 884명 중 125명은 규제기간이 만료된 후 2년간 해외 출입횟수가 5회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또 서울특별시 성동구에 살면서 14억원을 체납한 A씨 등 3명은 2007년 9월 현재 2년간 해외송금액이 5만불 이상이었고, 17억원을 체납한 서울특별시 강서구에 사는 B씨 등 3명은 2007년 9월 현재 사해행위 취소소송이 진행 중인 자로 확인됐다는 것.
감사원은 "39개 세무서가 출국규제 연장조치를 하지 않아 아직 출국규제 요건에 해당하는 1662억원을 체납한 129명의 체납자가 자유로이 출국하고 있었다"며 "129명에 대해 출국규제 등의 조치를 하고, 세무서의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국세청장에게 주의조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