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공무원들이 법무법인과 회계법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는 ATP(공격적 조세회피)등 일부 부정적 케이스도 있지만 세무조사 대행업무, 조세불복 업무가 법무법인과 회계법인들의 주요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부 부처에서 세제업무와 세정업무를 집행해 본 경험 많은 세무공무원들을 영입, 이들이 가진 노하우를 업무에 접목시키는 것이 비용과 효과 면에서 당연한 것입니다.
부수적으로 비상시에는 대(對)정부 로비스트(?)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세무공무원 출신들의 몸값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동안에는 국세청과 일부 기획재정부 세제실 출신들의 '민간이동'만이 주목을 받은 경향이 많습니다. 또 이들이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등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입대상 세무공무원들이었습니다.
지방국세청장 출신 등 거물급의 이동경로는 그 자체가 '뉴스거리'로 다뤄질 정도입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능력 있는 세무인력들을 배출하는 또 다른 시장(市長)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바로 국무총리 산하 '조세심판원'입니다.
□ 제3세무인력시장(?)…조세심판원= 조세심판원은 납세자들이 제기하는 조세불복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로써 가장 '친(親)납세자적 색채'가 뚜렷한 정부기관입니다.
조세심판원에는 연간 4000∼5000건에 달하는 수 많은 조세불복 사례가 접수·처리되고 있습니다. 불복액수도 수 천 만원에서 수 천억원까지, 불복쟁점도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서 복잡한 것까지 다양합니다.
조세심판원 공직자들은 연간 수 백건에 달하는 납세자들의 억울한 사연들을 직접 피부로 체험하고 잘잘못을 판단하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이 일을 적게는 수 년, 많게는 십 수년 동안 반복합니다.
조세심판원 터줏대감들은 말 그대로 '조세불복 전문가'가 될 수 밖에 없는 셈입니다.
대형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차츰 대형화의 길을 걷고 있는 세무법인, 그리고 군소 세무사 및 회계사들도 최근 연간 수 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조세불복대리시장'을 놓고 물밑 쟁탈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랫동안 조세불복 업무를 담당해온 베테랑 조세심판원 출신 세무공무원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으로 보입니다.
□ 조세심판원 출신들은 지금?= 제3세무인력시장, 조세심판원 출신들 중 민간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몇 명이나 될까요.
조세심판원장(舊 국세심판원장) 출신인 전형수씨와 최명해씨가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영입,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은 엄밀히 따지면 '국세청 출신'들입니다.
과거 국세심판소 시절 소장을 맡았던 서영택씨와 백원구씨, 이근영씨 등도 현재 각각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법무법인 세종 고문 등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채수열 前원장 케이스처럼 아예 처음부터 독립한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명예퇴직한 이도호 전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은 삼일회계법인 고문으로 영입된 바 있습니다. 지난 2006년에는 진재창 前국세심판원 조사관이 김&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0월경 명퇴한 안진환 前조사관은 당초 법무법인 세종 산하인 SJ세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최근에 개인사정을 이유로 법인을 퇴사한 후 개인 사무실을 개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2월 사무관으로 명예퇴직한 이상호씨는 세무법인 하나에서 세무사로 새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오는 6월 말 명퇴할 예정인 김용황 前조사관과 황해룡 사무관은 각각 세무법인 석성과 한영 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외에도 케이스는 다르지만 조세심판원 출신으로서 민간에 진출한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004년 변호사로 일하다 개방형 공모를 통해 당시 35세의 젊은 나이로 재정경제부 최연소 과장에 발탁, 화제를 일으켰던 서정호 前국세심판원 조사관입니다.
서 前조사관은 지난해 임기만료 후 퇴직, 일반 증권사(신영증권) 법무실장으로 영입돼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