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재판은 기금출연 약속이행 등 독특한 형태로 내려진 사회봉사명령의 위법성을 가리는 게 초점이었지만 정 회장의 양형 또한 새로 정해야 했기 때문에 그룹에서는 혹여나 1심의 실형 선고가 재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 회장의 구속과 보석, 실형과 집행유예, 그리고 대법원의 사건 파기환송에 이르기까기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이날 판결이 나온 것이어서 재판이 진행되는 2년여간 그룹 관계자들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었다.
현대.기아차는 법정구속 등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고 정 회장의 신병이 자유로운 상태로 재판이 마무리되자 그룹 총수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현장 경영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총수 친정(親政) 체제로 중요 사안을 결정해 온 현대.기아차는 국내외 시장의 각종 불안요소들을 타개하려면 정 회장의 리더십이 안정적으로 발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업계는 유가 및 원자재가 상승이라는 악재를 맞았고 현대차도 지난달 판매실적에서 올해 3∼4월 보여준 월간 최다 판매기록 경신 행진을 중단해야 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신흥업체 급성장으로 업계 판도가 크게 재편되는 등 불확실성이 한층 짙어지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재판이 마무리됨에 따라 정 회장의 현장 리더십을 중심으로 굵직굵직한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그룹은 이달 5일 러시아에서 1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 기공식을 열고 오일머니 유입으로 세계 5번째 시장이 될 것으로 손꼽히는 러시아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1위에 등극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러시아 시장은 도요타, GM, 포드 등 글로벌 업체들도 앞다투어 완성차 공장을 짓고 있어 사실상 지금이 '승부처'가 된다는 게 그룹측의 판단이다.
아울러 현대.기아차 그룹은 이번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윤리경영을 다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8천400억원대 사회공헌의 경우, 대법원의 관련 사회봉사명령 파기로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그대로 이행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이번에 정 회장에게 새로 선고된 3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성실히 이행하는 동시에 국가경제를 견인하는 기업으로서 투명한 경영 환경 정착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