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2일 산업은행 총재로 민유성 리먼브라더스 서울지점 대표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청한다고 발표했으나 주말이 되도록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열리지 않아 여전히 총재 내정자 신분으로 남아있다.
이와같이 새 총재 취임이 지연되면서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민유성 내정자가 민영화와 관련해 어떤 과감한 행보를 보일 것인지, 특히 조직 개편이나 인사를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 폭으로 실시할 지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민영화 이후 수신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영업을 강화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기 위해 IB부문에 힘을 실어줘야하며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연공서열 체제에 변화를 줘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연령대가 민 내정자(54)보다 높은 임원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대 총재들은 모두 관료 출신이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민간 출신인 데다 오랫동안 규모가 작은 외국계 금융회사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스타일인지 모른다는 점에서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지난 5일 본부 로비에서 총재선임저지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검증되지 않은 함량미달 인사를 임명한 것은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무책임한 처사이며 경쟁력있는 투자은행으로 성공을 염원하는 마음을 짓밟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총재 임명이 철회될 때까지 총력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일단 김종배 부총재를 중심으로 전진대회를 개최해 '할 수 있다'를 외치고 부족한 지점망을 보완해주는 다이렉트뱅킹을 준비하고 있다. 또 2년여만에 적금 계좌 확장 캠페인을 벌이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을 골라내는 등 민영화 대비를 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마음을 확실히 다잡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기존 해외 채무에 대해서는 민영화 후에도 보증을 해준다고 밝혔는데도 당장 발행금리가 상승하고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S&P와 무디스가 장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는 등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민심이 들끓고 각종 괴담이 난무하는 가운데 산업은행 민영화 괴담까지 등장하면서 정부가 민영화 작업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생겨나고 있다.
산업은행의 한 직원은 "민영화 이후 세계적 IB로 거듭날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은 갖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이 더 크다"고 말하고 "정책금융을 도맡게 되는 KDF가 '신의 직장'이 되겠지만 정원이 고작 50명이어서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이번주에는 민 총재가 정식 취임할 것으로 기대하고 이후 본부별 1박2일 민영화 워크샵과 대대적 해외 IR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