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9일 초합원 찬반투표에서 총파업을 가결한데다 일부 지역에서는 화물연대 분회 조합원들이 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산업계는 예상되는 물류대란을 막기위해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 따르면 전자, 자동차, 타이어, 철강업체 등은 화물연대가 본격적인 파업에 들어가면 화물 운송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운송 일정을 조정하고 추가 차량을 확보해 피해를 최소할 방침이지만 파업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들 업계는 이미 긴급 화물의 경우 미리 수송을 해놓은 상태여서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가 1주일 내에 마무리된다면 큰 어려움이 없지만 그 이상으로 길어질 경우 수출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화물연대가 파업에다 운송 방해 행위까지 할 경우 하루 최대 10억달러 이상의 수출입 물류의 운송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최근 고유가로 무역 수지가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품의 운송 차질로 수출에 피해를 준다면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무역 적자 폭이 확대돼 국내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협회 하주사무국측은 "물류 운송업계도 고유가로 타격을 입고 있지만 하주들 또한 원자재 값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상황"이라면서 "화물연대의 주장대로 한다면 하주들은 밑지는 장사를 해야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자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수출용 가전제품의 출하 및 납기 지연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나오는 컨테이너 물량은 수원, 광주, 구미공장을 포함해 300TEU에 달해 물류관련 자회사인 삼성전자로지텍 등을 통해 대체 수송용 컨테이너 확보 등을 강구하고 있다.
LG전자는 에어컨 생산기지인 창원공장의 물류를 담당하는 하이로지스틱스가 화물연대와 15%의 운송료 인상안에 합의해 다행스럽다는 입장이지만 화물연대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불똥이 튈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울산공장의 생산차량 운송을 맡고 있는 화물연대 울산지부 소속의 현대 카캐리어분회가 운송을 거부하면서 탁송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나오는 하루 1천여대의 생산차량을 전국의 13곳 차량출고센터로 옮기는 작업이 분회측의 운송 거부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대차 물류사인 글로비스와 산하 협력업체 5개사는 운송 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직영과 비회원 차량을 중심으로 운행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으며 현대차 울산공장도 생산차량을 열차로 옮기거나 차량 1대씩 개별 탁송하는 방법을 확대하기로 했다.
타이어 업계의 타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는 대전, 금산 공장에서 생산되는 타이어를 수출항 및 내수 물류센터로 옮기기 위해 하루 평균 100여대의 화물차를 이용해왔다.
하지만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해 부산항으로 이동하는 수출용 타이어와 전국의 내수 물류센터로 가는 타이어를 비롯해 하루에 통상 13만개의 타이어 배송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측은 "파업에 대비한 대응책은 없는 상황이며 특히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금호타이어도 광주, 곡성, 평택 공장에서 생산돼 광양항이나 물류센터로 옮겨지는 하루 평균 물동량이 6만8천개 가량 되는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수출과 내수 판매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철강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수급과 제품 출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
철강업체들은 고철 같은 원자재를 해외에서 해상으로 운송 받아 항만 근처의 공장에서 가공하고 있지만 그 비중에 40% 내외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국내 고철물량을 공급받지 못하면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
또한 철강제품의 수출 비중도 크지만 국내 조선업계와 건자재업계에 납품하는 물량이 절반이 넘어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제품 출하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물류 및 택배업계는 예비 차량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대한통운과 한진, CJ GLS 등 대형 물류업체들은 화물연대 소속 직원이 거의 없어 운송거부 사태가 영업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예비 차량 확보에 나서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대한통운은 이미 긴급 수송 화물을 부산 항만 부두에 이송했고, 예비 차량을 모두 투입해 정상적인 물류 운송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한진도 화물연대 미가입 차량을 추가로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연안 해상을 통한 물류 운송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에서 한 발짝 비켜서 있는 해운업계는 항구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 대비해 선박 일정 조정 등을 통해 물류 대란을 피해나갈 방침이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상품운송을 대부분 물류센터 소속의 자체 차량을 이용하기 때문에 화물연대 파업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에는 다소 차질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밖에 정유업계는 대부분의 석유제품 수송차량 운전자들이 화물연대에 소속돼 있지 않아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파업이 과격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고속도로 점거 등으로 번질 경우 석유제품 수송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