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사 재량권 존중" vs. 검찰 "양형 계량화 필요"
재판부마다 양형(量刑 : 형벌의 종류와 정도를 정하는 것)이 제각각인 `고무줄 판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출범한 대법원 양형위원회(김석수 위원장)는 16일 오후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첫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손철우 판사와 이주형 검사, 이호중 서강대 교수 등 각 분야 관계자가 토론에 참여했다.
쟁점은 역시 ▲양형기준제 방식 ▲양형인자(재범 여부나 가담 정도, 동기 등 양형을 정할 때 고려하는 각종 요소)와 양형의 상관관계 ▲양형기준제 적용 범죄의 선정 원칙이었다.
법원 측은 판사의 양형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영국식 양형기준 채택을 주장한 반면 검찰 측은 검사의 구형 권한이 존중되는 미국식 양형기준을 선호해 뚜렷한 입장 차이를 나타냈다.
◇법원, "판사 재량권 존중해야" = 주제발표를 한 손철우 판사는 "범죄 유형별로 양형기준을 설정한 뒤 형량 범위와 가중ㆍ감경 사유를 따로 결정하도록 하는 영국식 양형기준안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방식은 개별 범죄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고 재판부가 형량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양형의 일관성이 저해된다는 단점이 있다.
손 판사는 판결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양형인자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데 동의하면서도 양형인자를 계량화해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에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양형인자를 계량화하면 법관의 재량이 부당하게 제한되는 반면 검사의 재량은 지나치게 확대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법 체계에도 맞지 않다고 손 판사는 주장했다.
양형기준제를 적용할 범죄를 선정하는 원칙에 대해 그는 대상 범죄를 선정한 뒤 점진적이고 순차적으로 확대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 "검찰 구형권 존중해야" = 반면 검찰 측 주제발표자인 이주형 검사는 세가지 쟁점에 대해 손 판사와 확연하게 다른 입장을 보였다.
양형기준제 방식의 경우 이 검사는 범죄의 심각성과 전과에 따라 모든 범죄의 등급을 나눈 뒤 기준표에 따라 양형을 정하는 미국식 양형기준을 채택해야 한다고 밝혀 검찰 측의 경우 구형량이 양형에 직결되는 방식을 선호하는 점을 뒷받침했다.
이 검사는 또 양형인자의 계량화를 통해 양형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판사의 주관적 판단을 줄여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해 법원의 입장과 역시 팽팽하게 맞섰다.
양형기준 적용 범죄 선정 원칙에 대해서는 양형기준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동시에 최대한 많은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설정한 뒤 일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학자ㆍ전문가, "절충점 찾아보자" = 양형기준 전문가로 토론에 나온 이호중 서강대 법학과 교수는 법원과 검찰의 의견을 절충해 우리나라에 적합한 양형기준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는 "양형기준제는 모든 범죄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보다는 범죄유형별로 독립적인 기준을 설정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형의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 양형인자를 계량화해야 한다는 검찰 입장에 동의하면서도 가중ㆍ감경 사유에 대한 별도의 기준을 만들어 판사의 재량권을 보완해야 한다는 절충안을 내놨다.
이 교수는 양형기준제 대상 범죄로 ▲계량화ㆍ세분화가 비교적 쉬운 범죄 ▲발생 빈도가 높고 국민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범죄 ▲국민 관심이 높은 범죄 ▲양형 편차의 문제가 상대적으로 심한 범죄 등의 유형부터 우선 순위를 정해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