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떳다방'을 통해 사들인 분양권으로 아파트를 취득한 사람에게 국세청이 '아파트 취득자금출처 불분명'을 이유로 1774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가 조세심판원과 서울행정법원에 차례로 망신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국세청은 '자금출처 불분명'을 꼬집었지만 조세심판원에선 주택자금의 일부는 증권회사에 맡겼던 돈임을 밝혀냈으며, 서울행정법원은 "주택을 살만한 재산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증여추정을 적용할 땐 국세청이 증여를 입증해야 한다"며 국세청을 질타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3일 "일정기간 직업을 유지해왔고 상당한 재력으로 소득이 있었다면, 재산 취득 과정에서 소요된 자금을 일일이 제시하지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증여 받은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에 사는 전某씨는 지난 2002년 3월 '떳다방'을 통해 김某씨로부터 아파트분양권을 1억8000만원에 사들이고, 융자금 승계액 2400만원과 미납중도금 및 잔금 5662만원 등 8062만원을 제외한 9937만원을 김씨에게 지급해 아파트를 취득했다.
이후 탈세제보를 받은 서울지방국세청의 통보에 따라 세무조사에 나선 동대문세무서는 "전씨는 세무조사에서 아파트 취득자금에 대한 증빙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취득자금 등에 대한 자금출처의 소명이 부족한 것으로 봐 증여추정을 통해 증여세를 부과했던 것.
전씨는 "분양권의 취득은 떳다방을 통하여 계약돼 잔금지급과 동시 분양권 명의변경을 하면서 원계약서가 회수돼 증빙제시를 할 수 없고, 주택취득자금은 기존 집을 판돈인데 관련 매매계약서를 관리소홀로 보관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심판청구를 내게됐다.
이에 대해 조세심판원(국심2007서1247, 2007.09.21)은 "국세청이 동생으로부터 증여 받은 돈으로 추정했던 3420만원은 증권회사에 다니는 동생에게 재산증식을 부탁했다가 되돌아온 돈으로 보인다"며 관련된 국세청 세금추징의 일부만 취소시켰다.
그러나 전씨는 "나머지 아파트 취득자금도 기존 집을 팔고 세입자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한 것일 뿐 결코 국세청 주장대로 어머니 심씨로부터 증여 받은 돈이 아니다"며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끌고 갔다.
서울행정법원(2007구합45248. 2008.05.23)은 "전씨가 10년 이상 일정한 근로소득이 있었고, 아파트 분양권 취득전후 주택을 판돈과 함께 증권회사에 다니는 동생으로부터 돌려 받은 3400만원을 감안하면 아파트를 취득할 만한 자력이 있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나아가 "재산취득 당시 일정한 직업과 상당한 재력이 있었던 자라면, 단지 재산 취득자금을 일일이 제시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 증여 받은 것이라 추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법원은 특히 "국세청이 아파트 취득자금을 전씨가 어머니로부터 증여 받았다는 점에 관한 입증도 못하고 있다"며 "재산취득자금 증여추정 규정을 적용해 전씨에게 이뤄진 부과처분은 위법하다"며 전씨의 손을 들어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