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TV] 권오형 회계사회장-" 외감축소 저지 총력"

[인터뷰] 권오형 회계사회장 "정직한 감사보고서 환영하는 풍토돼야"

"회계사에 회계부정 연대책임 묻는 것은 편파적인 룰"
"불평등한 제도 평등하게 만든 회장으로 남고 싶어"

한국공인회계사회장으로 당선된 권오형 회장에게 당선 축하와 함께 인터뷰를 위해 지난 주중 방문했다. 권 회장 방에는 회장 당선을 축하하는 화분이 방 전체에 꽉 차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이름이 적힌 화분도 보였다. 그만큼 권 회장의 얼굴도 편안해지고 밝았지만, 어깨는 무거워 보였다.

회계업계의 최대 현안인 외부감사 대상을 자산 7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축소하는 법안이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기 때문.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그만큼 회계법인과 회계사의 업무 범위가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권 회장은 "금년 2월 손해배상입증 책임을 기관투자자에게 전환시키는 내용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통과시킨 경험으로 외감 대상 축소도 강력하게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회계감사를 받으면 기업에 도움이 된다"며 "기업의 외부감사 비용이 부담스러우면 외부감사 수수료를 세액공제 해주고, 외부감사를 받은 기업에게 대출 금리를 싸게 해주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권 회장은 "회계 부정시 회계사에게 연대책임을 물리는 것은 불평등한 제도"라며 "경리책임자에 의해 일어나는 단순한 분식회계는 회계사가 잡을 수 있지만, 오너에 의해 일어나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부정회계는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분식회계는 여자들의 화장 같은 것이지만, 부정회계는 성형수술 차원이라며, IMF 당시에 일어난 대우사태 등은 모두 부정회계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권 회장은 "한국은 정직한 감사보고서를 원하지 않는 사회라고 누가 그러더라"며 "정직한 감사보고서를 환영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권오형 회장과의 일문일답.

□ 회장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회계사로서) 경험을 한 사람을 뽑아줬고, 하나님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일 정기총회에서 역대 어느 총회보다 많은 회원들이 참석해 성황리에 정기총회를 마칠 수 있었고, 부족한 저를 회장으로 당선시켜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현재 우리 업계의 최대 현안인 '외부감사대상회사 축소'를 저지하라는 명령으로 알고 투명사회로의 발전에 역행하는 그 제안의 문제점을 지적해 추진을 철회하도록 집중할 것입니다.

□ 외감대상 축소를 저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갖고 계시는지?

=국세청의 책임 있는 분의 말에 의하면 외감을 받는 기업과 외감을 받지 않은 기업은 추징세액에서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외부감사 수수료를 절약하는 것보다 변칙처리를 해서 내게 되는 추징세액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또한 기업들이 외부감사 수수료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는 기술개발비 세액공제처럼 투명한 회계를 위한 목적으로 회계감사 수수료를 위한 세액공제를 도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외감을 받는 기업들에게 금융기관 대출시 금리 우대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재무제표는 이자를 싸게 해주는 것 등과 관련해 은행연합회 등과 협조해 추진하겠습니다.

□ 편파적인 경기 룰에서는 이길 수 없다는 말로 회계업계의 현실을 말씀하셨습니다. 가장 절실히 느끼는 편파적인 룰은 어떤 것인지요?

= 분식회계와 부정회계가 있는데 분식회계는 여자들이 화장하는 정도로 가볍다면, 부정회계는 성형수술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으로 고쳐지는 것입니다. 분식회계는 경리책임자의 실수로 일어나는 것이며, 부정회계는 IMF때 일어났던 것처럼  오너에 의해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일어납니다. 분식회계는 잡을 수 있지만, 부정회계는 잡을 수 없습니다.

이런 부정회계에 대해 회계사에게 연대책임을 묻는 것이 편파적입니다. 회계사가 회계감사를 할 때 회사측과 짜고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제출된 재무제표를 보고 감사보고서를 쓰는 것인데 수사권도 없는 회계사에게 연대책임을 물립니다.

또한 금년 2월말에 손해배상책임을 원고측(기관투자자)에게 환원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이것은 기관투자자에게만 한정됐지, 집단소송대리인에 대해서는 그렇게 되지않아 불평등합니다.

□ 빅4는 빅4대로, 중소회계법인은 중소회계법인대로 잘 사는 회계업계를 강조하셨는데요.

=시장논리에 맡기면 저절로 되는 것입니다. 감기 걸렸을 때는 중소형 병원을 가면 되고, 암이나 중병 등이 있을 때는 종합병원을 가야 합니다. 빅4는 대규모 국제적인 기업을, 중소형회계법인은 그보다 작은 기업을 타겟으로 하면 됩니다.

또한 조직규모별 위원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어 회계사업계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위해 회계사회는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십니까?

=이미 국제회계기준에 대한 사이버 강의를 개설해 회원들에게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IFRS 적용매뉴얼'을 바탕으로 국제회계기준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연결재무제표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자산·부채를 원칙적으로 공정가치로 평가해 국내회계기준과 국제회계기준의 대표적 차이를 해소해 우리 기업이 국제사회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아 회계투명성 제고에 기대가 됩니다.

□ 우리나라 회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정부와 기업 등 모든 회계시장 참여자가 함께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기업이 선두에 서서 국제적 수준으로 회계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공시해야 합니다.

우리 회에서는 ▲국제적 회계기준 적용 및 기업 회계인프라 개선 ▲회계전문가·감사인에 대한 국제적 수준의 적격성·교육·윤리기준 적용 ▲회계·감사관련 법제도 및 감독시스템의 국제적 정합성 확보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기준에 적합한 감사기준과 감사인 품질관리시스템 운영, 국제사회에서의 참여기회 확대를 통한 회계·감사 관련 기관의 위상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어떤 공인회계사회를 만들고 싶습니까? 또 어떤 공인회계사회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우리 회는 13000여명의 조직으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대규모 조직으로 성장한 것에 걸맞게 조직을 개편할 예정이며, 회원들을 최우선을 섬기는 품위있는 조직으로 발전시킬 것입니다.

저는 전업 30여년의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회계사의 애로사항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합니다. 따라서 회계사들을 옥죄는 각종 규제 등 불필요한 룰을 평등화하는데 기여하는 회장이 되고 싶습니다. 업무영역을 넓혀 살기 좋은 회계업계를 만드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