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두번째 '침묵'…정국 고심 반영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또다시 모두발언을 생략했다. 취임 100일째였던 지난 3일 국무회의에 이어 두번째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청와대 참모진 전면 개편과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 등 현안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돼 이 대통령의 입에 이목이 집중됐으나 예상을 깨고 `침묵'을 지켰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새로 개편된 청와대) 비서실을 소개하겠다"면서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을 소개한 뒤 "정진곤 (교육과학문화) 수석은 아직..."이라고 말하고 곧바로 마이크를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넘겼다.
앞서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안건심의를 시작했었다.
물론 풀(공동취재) 기자단이 퇴장한 뒤 이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지시사항을 전달했으나 언론을 통한 `대국민 메시지' 차원에서 준비하는 모두발언의 잇단 생략은 최근 정국에 대한 고심의 깊이를 추측케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의도와 관계없이 이 대통령의 발언이 불필요한 오해를 낳으면서 논란의 대상이 돼 온 것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이 대통령의 발언은 원칙적으로 대변인을 통해 공식 전달될 것"이라며 "특별한 대국민 메시지가 없는 한 회의석상에서 모두발언도 되도록 줄일 필요가 있다는 내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후 모두 8차례의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달들어 두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번 모두발언을 통해 현안에 대해 언급하고 국정철학을 제시했다.
지난 3월 3일 취임후 첫 국무회의에서는 "오늘부터는 국무위원들이 적극적으로 일하는 자세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면서 "국정중심을 내각에 두려 한다"며 장관들의 분발을 당부했다.
같은달 25일 회의에서는 대내외 경제환경, 4.9총선을 앞둔 여당내 공천파동에 언급, "너무 어려운 게 많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으며, 4월 8일 회의에서는 "민생개혁법안을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국회를 압박했고, 같은달 22일 회의에서는 첫 순방에 대한 성과를 설명했다.
쇠고기 파문이 본격화된 지난달 13일 회의에서는 "국민건강과 식품안전에 관한 문제는 정부가 사전사후에 국민과 완벽하게 소통해야 하는데 다소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으며, 중국 방문을 앞두고 열린 20일 회의에서는 "자연재해에 대한 사전대비를 재점검하는 게 좋겠다"고 주문했다.
한 참모는 "대통령의 발언이 지나치게 잦을 경우 국민의 피로감과 반발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수시로 각종 회의석상 발언을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국민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