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급 보험금 약 10억원을 차명계좌로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황태선 전 삼성화재 대표이사에 대한 첫 공판에서는 조준웅 특별검사팀과 변호인 사이에 횡령죄 성립 여부를 놓고 공방이 오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26일 열린 황 전 대표의 첫 재판에서 특검팀은 "미지급 보험금은 고객에게 지급하기로 용도가 특정된 자금"이라며 차명계좌에 입금된 시점에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회계준칙에 맞게 집행하지 못한 부분을 시인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미지급 보험금을 사용한 것은 맞지만 고객이 청구해서 받을 때는 문제가 없다.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회사를 위해 사용했다"며 횡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당시 경리업무를 맡았던 직원 김모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당시 미지급 보험금으로 조성된 자금의 사용처를 신문했으며 김씨는 "임직원들이 거래처를 개척하고 유지하는데 사용했고 1회당 평균 50만원 정도를 썼다"고 답변했다.
특검은 기소 당시 김씨를 조사한 결과 미지급 보험금으로 조성된 자금이 그룹 구조조정본부에 전달되거나 임원들의 골프내기 및 월드컵 축구경기 암표 구입에 사용됐다고 밝혔지만 김씨는 이날 법정에서 "구조본에 전달된 돈은 전혀 없고 5천만원 정도의 월드컵 경기표도 주요 거래처를 위해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법인세법 개정으로 기밀비가 폐지되면서 1998년 15억원 한도였던 (내부) 기밀비가 2000년 1억8천만원으로 줄어 미지급 보험금으로 따로 자금을 조성하게 됐다"며 "2003년부터는 새 회계 시스템이 도입돼 이같은 자금관리가 불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앞서 모두진술을 통해 "사건 당시 삼성화재의 재무총괄 책임자로서 업무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한 것을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