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2012년까지 21조3천억원에 달하는 감세로 가계의 소비를 촉진하고 기업의 투자를 늘려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참여정부가 왜곡한 부동산세제 개편은 변죽만 울리고 핵심은 그대로 뒀다. 건설과 부동산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관련 산업과 종사자가 엄청나다. 이 분야를 세금과 규제로 막아놓고 감세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특히, 우리나라는 국민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 중 80%가 부동산일 정도로 부동산세금은 대다수 국민과 관련돼 있다. 부동산세금은 생활관련 세금이기 때문에 온 국민의 관심사다. 부동산세제 개편에 정부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여정부는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받아내고 투기를 억제한다는 세금과 맞지 않는 목적을 내세워 부동산세제를 강화했다. 이 와중에 국민의 부동산관련 세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에 오를 정도로 높아졌다. 그리고 신규주택공급과 함께 주요 주택공급원인 다주택자의 기존주택 공급경로를 세금으로 막아놓았다. 이는 앞으로 도시지역의 주택공급부족으로 이어져 가격을 폭등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중과세제로 지방소재 임야와 농지거래를 막아 지방경제를 침체시켰고, 토지실수요자의 사업용토지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
현실과 법리에 맞지 않는 부동산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단기적으로 종부세 과세기준 6억원을 상향조정하고 세대별과세를 개인별과세로 바꿔야한다. 장기적으로는 종부세를 지방세로 넘겨 재산세와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양도세는 다주택과 비사업용토지를 양도했을 경우 단일세율 55% 또는 66%를 적용해 양도차익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거둬가는 중과세제를 폐지해야 한다. 이것이 왜곡된 부동산세제를 바로잡아 부동산시장을 살리고 세부담을 정상화할 수 있는 핵심과제다.
거래의 숨통을 트기위해 주택거래세율 2%를 1%로 내리는 데는 여야가 공감하지만, 종부세 개편과 맞물려 보류상태에 있다. 국세인 종부세를 올리고 지방세인 거래세를 내리면 광역자치단체 재원이 줄어 지방사업추진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이 딜레마는 종부세를 광역자치단체로 넘겨야 해결될 문제다. 종부세를 지방세로 하면 거래세를 내림에 따라 발생하는 세수부족액을 종부세로 보전할 수 있음은 물론 종부세의 제반 문제점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투기가 우려돼 부동산세금을 내릴 수 없고 규제를 풀 수 없다”고 한다. 참여정부의 논리, 그대로다. 하지만 이는 다 아는 잘못된 생각 아닌가.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재원확보가 목적인 세금을 동원할 게 아니라 주택정책과 금융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정석(定石)이다. 적기적소에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집을 공급하고 투기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면 집값은 안정된다.
정부가 부동산세제 개편에 있어 핵심을 비켜간 것은 야당과 중산서민층의 눈치를 의식한 면도 있는 듯하다. 세제개편을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더구나 정부가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을 내리고 규제를 푸는 것은 부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다. 참여정부가 비정상적으로 왜곡한 세금과 규제를 제자리로 돌려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고 국민의 세금고통을 덜어주는 과정으로서 이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