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 미친 것은 열정이다. 국세청에는 지금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 관리자들은 관서에서 우수 인재를 잘 찾아내 격려하고 고무해서 모든 직원이 다같이 일에 미치도록 해달라."
작년 12월 한상률 국세청장이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국세청장 중심에서 2만명 직원 중심으로 국세청을 끌어가도록 변화시켜야 하고, 우수한 직원 각자가 가진 창의적·혁신적 아이디어를 뭉쳐 세정쇄신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며 특별주문한 말입니다.
한 청장은 이에 더해 "국세청장 혼자만의 철학과 판단으로 국세청을 이끌던 시대는 끝났다. 2만명 직원 모두가 국세청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일할 때 초일류세정을 실현시킬 수 있다"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말단직원까지 직접 만나 의식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2만명 직원 전부를 직접 만날 계획인 한 청장은 청주와 포항 그리고 전주 등에서도 일선세무서 직원들을 모아 특강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벌써 전체 직원 절반을 훌쩍 넘겨 강의를 마쳐 역대 청장 중에 가장 많은 직원을 직접 만난 기록을 갖고 있는 한 청장은 '강의에 미친' 자신처럼 똑같이 '일에 미친' 직원들을 만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지난주 "9급에서 5급까지 직급을 불문하고 '빼어나게 미친 세무공무원'과 '세무공무원들의 영웅'이 될만한 직원들을 찾아 보라"고 은밀히 지시했고, 세무서와 지방국세청에서 미친 공무원을 색출하기 위해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한 청장의 뜻과는 아랑곳없이 세무서와 지방청에선 이번 '미친 세무공무원 색출작업'이 특별승진을 위한 '징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작년 12월 사무관 정기승진인사 이후 이렇다할 사무관승진이 없는 등 이번 정부 들어와서도 부이사관·서기관·사무관 등 간부승진이 전혀 없다가 갑작스런 '공적조서 작성' 등 인사작업이 이뤄지자 "9월말 승진인사가 있을 것 같다"는 등의 갖가지 해석들이 분분합니다.
여기에 성과를 중시하는 한 청장이 지금까지 각종 성과와 신뢰도제고 그리고 사회공헌활동 등으로 직원들을 몰아세워 놨으니, 어떤 형태이든 직원들의 고생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승진인사를 할 때가 됐다는 설득력이 보태져 직원들을 더 흥분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22일로 지방청 추천이 마감된 결과 특별히 미친 세무공무원 후보는 9급∼5급중에서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중에는 지난달 있었던 6급이하 직원 승진인사에서 명단에 포함된 직원도 꽤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최저 승진소요연수 등을 감안하면 지난달 승진자도 포함된 이번 추천결과가 인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나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현재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이번 '미친 공무원'으로 뽑힌 직원들은 일단 '눈 도장' 만큼은 확실하게 찍힌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이들은 앞으로 있을 승진인사에서 '우대'를 받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인사시기가 문제인데요. 과거의 예에 비춰보면 국정감사가 예고된 상황에서 당장 인사는 어려워 보입니다. 국세청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말 정도에는 구체적인 인사 일정이 잡히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