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업계 인력난 여성세무사회가 해결할 것"
"유가환급금 무료상담, 정말 바쁘다‥대가 있어야"
지난주 금요일(6일). 옛 서초세무서 자리가 있었던 서울 남부터미널역 인근 김옥연 세무사 사무실을 찾았다.
지난 2003년 서초세무서가 역삼·삼성세무서와 함께 강남역 통합세무서로 옮겨지기 전에만 해도 이 곳은 세무사 사무실로 빌딩들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10여개 사무실만 남아 한 때 유명했던 세무인 '촌'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예전에 비할 바야 못되지만 여성세무사회장인 김옥연 세무사가 지키고 있는 이 곳은 여전히 역동적인 공간이다.
"다들 많이 옮겨갔지만 전철역도 가깝고, 동네가 조용해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말은 겸손하게 꺼냈지만 하루종일 손님맞이에 정신 없는 김 세무사의 사무실은 왜 그녀가 이곳에 남아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김 세무사는 지난 2007년 4월 여성세무사회장으로 취임한 후 이제 2년간의 회장 임기를 5개월 남짓 남겨두고 있다.
"처음 1년은 업무를 몰라서 정신 없이 보냈고, 다음 1년은 겨우 해야할 일이 뭔지 알게 돼 우왕좌왕하지 않고 진행이 됐다"며 지난 임기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김 세무사는 "86년 여성세무사회가 창립될 때부터 회원으로 있었지만 회장이 되니 이 자리가 정말 바쁘다는 것을 알았다. 회가 무엇을 하는지, 왜 필요한지를 알게 됐다"며 "회원들 중에서 임원들이 계속 배출되면 여성세무사회가 더욱 잘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회장 1명, 부회장 5명, 이사 5명, 감사 2명 등 13명의 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여성세무사회지만 매번 임원들이 배출될 때마다, 회를 경험한, 회를 이해하는 회원들이 늘어갈 것이라는 기대다.
1986년 10명으로 출발한 여성세무사회는 2005년 145명, 2006년 139명, 2007년 143명, 2008년 113명 등 해마다 100명 이상의 여성합격자가 배출되면서 급속히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여성세무사 중에서도 국회의원 나올 수 있다"
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지기 전 각 당 경선에서는 다수의 세무사들이 눈에 띄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선거도 치르기 전에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김옥연 세무사는 세무사들의 국회진출에 대해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작 본인은 "별로 정치라는 것을 모른다"면서도 후배들이나 동료들이 나설 경우 적극적으로 후원하겠다고 전했다.
김 세무사는 "세법의 제·개정은 국민의 실생활에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세무사들이 진출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며 "다른 여러 전문자격사들이 국회에 진출하고자 하는 것만큼 세무사들도 국회에 진출해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세무사들이 많이 참여하면 할수록 좀 더 국민들에게 유익한 법 제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여성세무사들 중에서도 관심과 의욕이 넘치는 분들이 많이 있다. 앞으로 회에서 적극적으로 내보내거나 지원해주고 싶다. 여성세무사중에서도 국회의원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활동에 여전히 제약 있어‥곧 전성기 올 것"
여성세무사의 국회진출에 자신감을 나타낸 김 세무사이지만 그녀 역시 여성세무사에 대한 한계는 여전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
김 세무사는 "사실 업무를 따지면 남녀의 구분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아직은 여성세무사들이 일보다는 가정에 더 많은 가치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 크기 때문에 한창 일에 충실해야할 나이에 남자들만큼의 적극적인 활동은 일시적으로 보류된 셈이다"고 털어놨다.
두 아들의 엄마인 김 세무사 역시 시어머니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활발한 세무사활동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에서 후배들에 대한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고 전했다.
김 세무사는 "최근 몇 년간 세무사가 된 젊은 여성세무사들 중 상당수가 한창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일할 수밖에 없는 나이다. 그러나 몇 년만 지나면 나와 같이 활발한 활동이 가능해 지리라고 본다"고 기대도 저버리지 않았다.
"여성세무사회가 세무업계 인력 양성소 역할 할 수 있다"
한달 전 한국세무사회가 주최한 세무사회 채용박람회에서는 신입세무사는 물론 사무원 구직자들이 전년보다 1.5배 이상 몰려 세무업계의 구직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김 세무사는 이런 현상이 실제와는 차이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세무사는 "그날 구직자들이 얼마나 몰렸는지는 모르지만 세무사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의 하나가 직원 구하기다. 인력수급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지속돼 온 일이다"며 "해마다 세무사들이 많이 배출되고, 사무실을 개업하는 분들도 늘어나니까 직원들을 필요로 하는 수요는 증가하게 마련이다. 개인 사무소에서 1명이 필요하겠지만 전체로 보면 1000명이 필요한 셈이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세무사회에서 신규직원을 뽑아서 회에 보내주면 교육을 시켜주겠다고도 했었지만 현실적으로 회에서 지속적인 교육을 하기에는 시간적인 문제 등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지역별로 있는 여성세무사회가 효율적으로 교육시키면 더 좋을 것이다. 교육받은 분들이 세무사 사무실에 꼭 가지 않더라도 일반회사 경리분야에 진출하면 세무사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유가환급금 상담이 원래 무료는 아니다"
김 세무사는 세무사회에서 적극 동참을 요구했던 유가환급금 무료상담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김 세무사는 "세무사들의 입장에서는 업무 외의 일인데, 사람들의 문의가 너무 많다보니 10월달도 유가환급금 때문에 너무 바빴고, 11월달은 더 바쁠 것"이라며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는 작업이니 만큼 상담 요청하는 납세자와의 합의가 된다면 유료로 상담해도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일을 하면 돈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무상으로 하고 있지만 이것은 세무사회차원에서 하는 것이지 상담이라는 게 원래 무료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 (유가환급금) 일이 정말 많다"고 강조했다.
"세무조사 받으면 긍정적 효과도 있다"
국세청이 최근 금융위기를 맞아 정기 세무조사의 전면유예를 선포했지만 세무조사대리 등을 담당하는 세무사들에게는 이번 조치가 그리 달갑지 만은 않다.
김 세무사는 "기업이 세무조사를 받으면 기업 이상으로 신경 쓰는 것이 세무사들이기 때문에 세무조사 유예를 반기는 세무사들도 있다"며 "그러나 세무조사 자체가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김 세무사는 "조사를 받으면 일단 기업들은 앞으로는 이래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그런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되고, 세무에 대한 시각도 달라진다"며 "조사는 일정부분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재정적인 부담을 갖게 되는 것이 세무조사이지만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한번은 겪어 볼만한 것이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물론 세무조사라면 '치를 떠는' 동료들도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자마자 현대중공업에 공채 1기로 합격,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현대건설에서도 근무하는 등 그녀는 "적지 않은 기간을 기업에서 일하면서 업체들이 크는 과정을 많이 지켜봐 왔다"며 "본격적으로 세무사 공부를 하기 위해 회사를 관뒀고, 그 해에 세무사시험에 합격했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낼모레 수능을 본다는 작은아들 덕에 아침 7시에 출근하고, 저녁 10시에 퇴근한다는 김 세무사가 앞으로도 여성세무사의 위상제고를 위해 또 어떤 역할을 할지 그의 행보가 궁금해 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