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위헌 판결이 예상된다. 세대별 합산은 위헌으로 갈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 같은 실언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13일 헌법재판소의 종합부동산세 위헌 여부는 '세대별 합산 등 일부 위헌'으로 결정이 날 것이란 추측을 강하게 증명하게 됐다.
종부세 위헌 논란의 핵심은 '세대별 합산 과세'에 있다. 2005년 8.31 대책 때 과세기준 금액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강화하고, '인별 합산'을 '세대별 합산'으로 전환하면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세대별 합산' 방식은 혼인과 가족생활 등을 유지하는 자에게 불리한 세부담을 주느냐(독신 가정보다 더 많은 세부담)는 의견과 조세회피 방지를 통한 공평한 세부담을 실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2002년 8월 헌재는 '자산소득 부부합산과세제도'를 규정하는 소득세법 제61조에 대해 혼인과 가족생활의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바 있다.
또한 9월 18일 실시된 헌재의 종부세 공개변론에서 한 재판관은 "왜 가족 구성에 패널티를 주느냐"고 따져 묻기도 해 종부세와 관련, '세대별 합산'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재정부는 지난 9월 23일 종부세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세대별 합산'에 대해서는 연말에 있을 헌재의 결정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세대별 합산'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이에 대한 입법 조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헌재가 '세대별 합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게 되면, 재정부도 현행 종부세를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재정부는 인별 합산으로 전환하는 입법 절차를 바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세대별 합산'조항이 위헌 결정을 받게 되면 정부는 그동안 받았던 세금을 적잖이 환급해 주어야 한다. 인별 합산으로 과세됐던 2005년 12월 종부세를 제외한 2006년 12월과 2007년 12월에 거뒀던 종부세를 환급해줘야 하는 것.
국세청 관계자는 세대별 합산이 위헌 결정될 경우 과세대상이 얼마나 줄어들 것이냐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 위헌 결정이 난 후에나 알 수 있는 것"이라며 "얼마의 세금을 환급해줘야 할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 남편 명의로만 주택 2개…"혜택 없어"= 소득세법상 '세대(世帶)'의 의미는 '거주자 및 그 배우자가 동일한 주소 또는 거소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과 함께 구성하는 집단'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종부세를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전환할 경우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세대는 세대주, 세대원으로 각각 명의를 분산시켜놔야 혜택이 크다. 2주택자 이상부터는 주택의 명의를 어떻게 설정해놨느냐에 따라 혜택 여부가 극명하게 갈리게 된다.
예를 들어 같은 2주택자라 하더라도 주택 2채가 모두 남편 명의로만 돼 있다면,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지만, 남편과 부인 명의로 각각 한 채씩 등록돼 있으면 세금을 환급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3주택 이상 등 다주택 보유자에게 큰 혜택이 주어지게 된다. 남편 명의로 한 채, 부인 명의로 한 채, 결혼하지 않은 같이 사는 아들 명의로 한 채가 등록돼 있다면 환급도 받고, 이후 세금을 크게 줄일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실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1주택자는 아무런 혜택도 주어지지 않는다. 1주택자는 세대별 합산 또는 인별 합산에 관계없이 과세되기 때문.
'세대별 합산'이 위헌으로 결정이 날 경우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실수요라고 할 수 있는 1주택자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어 1주택자를 중심으로 '억울하다'라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될 수 있다.
투기 목적이 강한 다주택자에게는 혜택을 주면서, 실수요자인 1주택자에 대한 혜택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현재는 1주택 고령자에 대한 세제혜택만 나와 있는 상황이다.
□ "세금회피 위한 가족간 주택소유권 분산 늘 듯"= '세대별 합산'이 위헌 결정이 날 경우 납세자들은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진다. 세금 회피를 위한 가족 간 명의 이전이 대폭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
'세대별 합산'과세가 '인별 합산' 과세로 전환되면 투기 목적이 강한 다주택 보유자는 주택 소유권을 가족 간에 분산해 갖게 됨으로써 충분히 세금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
이전에는 '세대별 합산' 과세를 피하기 위해 위장 이혼을 하는 경우가 생겨나 종부세가 가족 간 불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었다.
그러나 주택은 개인이 소유하는 자산이라기보다 가족의 거주라는 기능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볼 때 투기 목적인 다주택 보유자를 옹호하는 수단이 될 것이란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