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신고 원스톱서비스’ 개발한 순천세무서 서순기·정영곤 조사관
“시청에 폐업신고를 했는데 왜 세무서에 또 폐업신고를 해야 돼요? 거리도 멀고 교통비도 두 배로 들어가는데….”
“도대체 공무원들은 뭐 하는지 몰라. 시청과 세무서가 협조만 잘 하면 다 편할 수 있을 텐데, 누구 하나 개선하려는 사람이 없으니….”
세무서에 근무하면 누구나 한번 쯤 경험했을 민원인들의 불만 내용이다.
최근 지속되는 경기불황과 자고나면 오르는 물가 등으로 인해 생계형으로 운영하던 사업마저 그만두고 폐업하는 사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복잡하고 번거로운 폐업신고 절차는 불만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심지어, 시청에만 폐업신고(지위승계 포함) 하면 끝나는 줄 알고, 세무서에 폐업신고를 하지 않은 민원인이 몇 년간 국민연금, 건강보험료를 과다납부한 사례도 많다.
이 처럼 음식업 등 인·허가 업종 음식업, 숙박업, 이·미용업, 세탁업, 유흥·단란주점, 노래방, 어업, 건설업, 운수업, 주유소, 병원 등 150여개 업종 사업자가 폐업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인·허가 처리기관인 시청과 사업자 등록기관인 세무서를 각각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으나, 행정기관이 서로 달라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납세현장에서 발생하는 민원인의 불만의 소리를 경청하고 발로 뛰는 세무행정을 펼쳐 ‘폐업신고 원스톱서비스’를 개발해 고객감동을 실현한 세무공무원들이 있었다.
음식업 등 인·허가 사업자가 폐업할 때 인·허가 처리기관과 사업자등록 기관이 서로 달라서 두 곳을 모두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해 ‘2008년 중앙우수 공무원 제안’에서 금상을 수상한 순천세무서 조사과 서순기(7급 39세), 정영곤(6급 39세) 조사관이 주인공.
■ 법으로 안 된다면 직접 발로 뛴다
서·정 조사관은 민원봉사실에 근무한던 시절, 폐업신고에 따른 민원인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은 것을 보고, 불황으로 폐업한 사업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연구에 돌입했다.
먼저, 이들은 시청의 인·허가 업종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 대상은 얼마나 되고 담당부서는 어디인지, 폐업신고 절차·서식은 어떻게 되는지 그 실상을 파악했다.
그 결과 여수시의 경우 연간 8100여건에 달하는 폐업자가 발생하고 있어 현행 업무처리 방식에 대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여수시청에서 폐업신고서를 일괄접수 받아 세무서로 인계·처리할 수 있는 ‘폐업신고 One-Stop서비스 제공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에게 녹록치 만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상 민원사무 창구가 통합된 세무서와 달리 150여개에 달하는 인·허가 업종 담당부서가 나눠져 있어, 실무관계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설득하고 협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하지만, 내 가족과 같은 민원인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멈출 수 없었던 이들은 시청 인·허가 부서를 찾아 담당자에게 폐업신고 원스톱서비스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정영곤 조사관은 “그때 시청 담당자들 대부분이 아주 좋은 제안이라고 공감은 했지만, 법령에도 규정된 게 없고, 추가 업무라서 행정부담도 많은데 어느 누가 그 일을 맡으려고 하겠느냐”며 “오히려 저희들에게 반문하더군요.”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요. 관내 음식업 사업자단체의 건의와 시청 실무진들과의 끊임없는 만남을 통해 업무협조를 이끌어 냈지요. 정말, 그 때는 기쁨에 넘쳐 밤잠을 설쳤습니다.”
■ 부처간 윈-윈 공감전략, 성공모델로 평가 받다
2006년 10월 30일, 폐업신고 원스톱서비스의 성공적인 추진과 조기 정착을 위해서 전국 최초로 여수시청과 여수세무서간에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지역 및 중앙언론은 물론 시민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과 좋은 평가를 이끌어 냈다.
다른 행정기관에서도 대국민 행정서비스 개선 우수사례로 벤치마킹하는 등 폐업신고 원스톱서비스는 2008년 9월 현재 도서 및 산간 지역이 많은 전남·북 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대상인구가 많이 분포되어 있고 교통이 혼잡한 서울특별시 금천구 등 전국 18개 지역으로 확대 실시된 상태다.
또 전국의 모든 세무서에서 인·허가 업종 폐업자 명단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줌으로써 면허세나 등록세를 불필요하게 부과하는 일이 없도록 개선했다.
서순기 조사관은 “민원인의 작은 불만에 귀 기울이고 일선 현장에서 얻었던 작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실무에 적용시킨게 좋은 결과물로 나온 것 같다”며 “‘폐업신고 One-Stop서비스’가 인·허가 업종 관리 업무에 활용돼 행정의 효율성을 증대시켰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