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골동품 과세제도 도입 타당하다"

"기업 미술품 구입비 손금한도 상향 필요"

미술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서화·골동품 과세제도 도입에 반발, 제도 도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서화·골동품에 대한 과세제도 도입이 타당하다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입법전문위원회의 보고서가 나왔다.

이 보고서는 정부가 제출한 입법안에 대해 입법적 측면에서의 타당성을 검토한 보고서로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심의하는데 논리적 근거를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파급력이 있는 보고서다.

이한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입법전문위원은 14일 "현재 개인이 소장하는 미술품과 관련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있다"며 "서화·골동품(이하 미술품)에 대한 과세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밝혔다.

□ 미술품 과세제도…'상처의 역사(歷史)= 미술품에 대한 과세는 지난 1990년, 당시 정부가 미술품 양도시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과세하는 입법안을 마련하면서 시도됐었다.

그러나 당시 미술시장의 영세성 등을 감안해 시행유보를 결정한 이후 13년 동안 5차례에 걸쳐 시행유보됐다. 이후 지난 2003년 정부가 1990년도 마련했던 제도의 틀을 대폭 완화해 재시행을 시도했지만 미술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좌절됐다.

애초 만들어 뒀던 조항 자체도 세법에서 사라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겪을 정도로 미술계의 반발력은 상당했다.

정부는 최근 새로운 내용의 미술품 과세제도를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내용만 놓고 보면 '시늉'만 하는 과세제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과세사각 지대를 제거한다는 '상징성'과 지속성장하고 있는 미술시장의 현실을 고려해 최소한의 과세근거를 만들어 놓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미술품 과세제도, 어떤 내용인가= 정부가 마련한 미술품 과세제도는 오는 2010년부터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 소장가들의 미술품 거래에 대해 '거래세' 성격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다만 양도소득세가 아닌 '기타소득세'로 과세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 기타소득세는 필요경비(80%)가 적용, 1000만원일 경우 필요경비가 공제된 200만원에 대해서만 20%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내야할 세금은 40만원으로 사실상 세부담은 '제로베이스'에 가깝다.

특히 정부는 보유기간 10년 미만시 필요경비 80%, 10년 이상시 90%의 필요경비 공제율을 적용키로 했다. 또 점당 양도가액 4000만원 이상인 미술품에 대해서만 과세를 적용하고 문화재 또는 미술관에 양도하는 경우에는 과세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이 같은 조치들은 제도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세부담에 대한 반발심'을 최소화해 제도의 안정적 연착륙을 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미술시장 3300억원 규모…"과세제도 필요하다"= 국회 재정위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연간 미술시장 규모는 3300억원 규모. 또한 미술품의 투자수익률이 상당해 경매회사나 은행이 고객들의 투자자본으로 미술품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아트펀드'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미술품 경매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서울옥션의 미술품 경매 낙찰금액이 2004년 93억원에서 지난해 964억원으로 10배 이상 상승했고 추가적으로 8개의 경매사가 미술시장에 진입하는 등 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이한규 전문위원은 "미술시장 유통구조가 투명성과 객관성이 확보 세원포착이 가능해 졌다"며 "또한 2008년 현재 2만5000여명인 미술협회 회원 중 300여명 가량이 명품대가로 투자가치가 있는 미술품을 미술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위원은 "이 가운데 작품가격 4000만원 이상이 경매시장 등 거래내역의 20%를 점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과세대상을 양도가액 4000만원 이상으로 범위를 한정해 과세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고세율이 적용되는 양도소득세가 아닌 필요경비와 저세율이 적용되는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방법을 채택한 것도 시행 초기 조세부담을 줄이고 예술창작성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전문위원은 "다만 미술품에 적용하는 필요경비 공제율을 10년 미만과 10년 이상으로 구분해 각각 상이한 공제율(10년 미만 80%, 10년 이상 90%)을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80%원칙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미술품 과세제도, 보완책도 있어야"= 이 전문위원은 그러나 제도 도입과 관련해 보완장치를 좀 더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과세'라는 의미 자체가 미술시장에 미치는 충격파가 상당하기 때문에 이를 완충할 장치를 둬야 한다는 것.

특히 소수에 불과한 개인 구매자들보다는 기업 구매자들을 움직여 미술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전문위원은 "현재 기업들이 환경미화 목적으로 구입.비치한 미술품에 대한 손금산입 한도를 100만원보다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속세 납부시 미술품으로 세금을 대신 납부하는 '미술품 물납 제도' 도입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부 선진국에서는 미술품 물납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문위원은 또한 "미술품담보대출제도 도입과 보험서비스 다양화 등 제도적 장치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미술품 유통 투명성 확보를 위해 화랑, 경매사, 온라인 미술품유통업체를 총괄하는 별도의 유통부문 관리기구 설립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