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 A씨는 지난 2000년 5월 모처에 다세대주택 신축공사를 시작해 6개월 뒤 공사를 마친 이후 더 이상 사업을 하지 않고 사실상 폐업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관할세무서에 폐업신고를 하지 않았던 모양인데 7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아무런 문제도 겪지 않았습니다. 국세청이 올해 1월 2000년 제2기분 부가가치세 9400만원을 부과·고지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최근 조세심판원은 납세자 A씨와 국세청이 9400만원의 세금을 사이에 두고 벌인 다툼에서 납세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폐업신고도 하지 않고 내야할 세금도 안낸 납세자가 거대 '공권력'을 상대로 '승전나팔'을 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 세금의 향방을 가른 '운명의 6일'= A씨는 2000년 5월 다세대주택 공사계약을 맺고 6개월 후 공사를 완료했습니다. 사용승인이 난 시점은 2000년 11월30일. 이후 A씨는 아무런 공사도 하지 않은 채 사실상 폐업을 했습니다.
그러나 관할세무서에 폐업신고도 하지 않고 폐업일로부터 25일 이내에 신고해야 할 부가세도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덩달아 국세청도 A씨의 폐업 및 부가세 무신고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7년이나 지난 2007년 1월에 발생했습니다.
관할세무서는 2007년 1월 A씨가 2000년 다세대주택 공사와 관련한 매출액 3억8000여만원을 신고 누락했다는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세무서는 이 사실을 인지한 이후에도 한참을 꾸물대다(?) 지난해 11월이 되어서야 과세절차를 진행, 올해 1월22일 A씨에게 부가세 9400만원을 부과·고지했습니다.
A씨는 세금이 부과되자 억울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이미 '부과제척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세금 부과는 잘못됐다는 A씨의 주장과 부과제척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세무서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붙었습니다. 결국 다툼의 초점은 '폐업일'을 언제 시점으로 잡느냐, 의 문제로 모아졌습니다.
A씨는 2000년 11월30일 다세대주택 사용승인 이후 아무런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현행 법상 폐업일로부터 25일 이내인 2000년 12월25일까지 부가세를 신고했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 폐업일은 2000년 12월25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행 법상 7년이 지난 2007년 12월26일자로 부과제척기간이 만료, 올해 1월 부과된 세금은 부당한 과세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세무서는 폐업신고를 접수한 사실도 없었으며 단순히 하나의 공사계약이 만료됐다고 해서 이를 폐업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세무서측은 "전반적인 신고현황 등을 감안해 결정한 과세기간 종료일, 즉 2000년 12월31일을 실질적 폐업일로 간주해야 한다"며 부과제척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과세라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A씨가 주장하는 폐업일과 세무서가 주장한 폐업일은 정확하게 '6일(12월25일-12월31일)' 차이가 났고 이 6일은 결국 세금 9400만원의 귀속자를 바꾸는 결정적 근거가 됐습니다.
□ 심판원, "부과제척기간 지났다…과세 취소하라"= 조세심판원은 A의 주장을 인용, 국세청의 과세처분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세무서 측이 A씨의 매출누락 사실을 인지한 뒤 한 발짝 정도만 빠르게 움직였어도 결론을 달라졌을 수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심판원은 "청구인과 같이 부가세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 과세표준신고기한의 다음날부터 7년을 부과제척기간으로 삼고 있다"며 "세무서는 직권폐업일인 2000년 12월31일을 기준으로 신고기한을 계산, 2008년 1월25일까지를 부과제척기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그러나 폐업일은 과세관청이 직권으로 결정한 시점이 아닌 실질적으로 폐업한 날로 간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심판원은 "청구인이 2000년 11월30일 이후 어떠한 사업내역도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날을 실질적인 폐업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심판원은 이어 "결과적으로 청구인은 폐업일 다음날로부터 25일이 경과한 2000년 12월26일까지 부가세를 신고해야 했으나 신고하지 않았으므로 다음 날인 2000년 12월27일부터 7년이 되는 날인 2007년 12월26일 부과제척기간이 만료됐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