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현재 '국세청 유가환급시스템' 홈페이지에 접속한 인원만 5000만명을 돌파, 유가환급에 대한 국민들의 큰 관심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유가환급금을 지급하려면 갖가지 사연이 개입되는 것은 필연.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 회자되는 갖가지 사연을 모아봤다.
■ 서울의 한 세무서 "미안해요 KT"
●…18일 국세청 일선직원들에 따르면 서울에 위치한 한 세무서는 유가환급금과 관련된 납세자들의 문의가 세무서로 쏟아지자 한 가지 꾀를 냈다.
폭주하는 전화문의로 상담이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고 일손도 줄이기 위해 세무서 입구에 플랭카드로 '유가환급 전화상담은 국민권익위원회 민원센터로'라는 구호와 함께 권익위 민원센터 전화번호를 적어놨다.
그러나 이 세무서 때문에 때아닌 홍역을 치른 곳은 민간업체인 KT. 이 세무서가 국번 없는 권익위 상담센터 전화번호인 '110번'을 '100번'으로 표기, '100번'이라는 민원센터를 갖고 있는 KT에 유가환급 문의전화가 쇄도하게 됐다는 것.
유가환급과 관련한 국세청 전화번호가 '1544-2030'이었던 것도 화제가 됐다. 전화번호 앞자리 세자리 누르기에 익숙한 시민들이 '1544'에서 '1'은 빼고 '544'를 누른 것이 화근.
이 때문에 '544-2030번'이라는 전화번호를 가진 시민은 하루에도 수백 통씩의 유가환급 상담(?)을 해줘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 "저기 유가환급 안 받을 테니 제 자료 삭제 좀…"
●…충청권 중소도시에서 전업주부를 하고 있는 K씨는 최근 경험한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얼마전 집으로 날라 온 '유가환급 신청 안내문'에 K씨는 그만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작년 남편 몰래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며 받았던 돈이 국세청 전산망에 소득으로 입력, 국세청의 유가환급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게 된 것.
비록 K씨가 받은 안내장에는 작년 소득이 언제 어디서 받은 것이라고는 적혀있지 않았지만, 작년 내내 줄곧 전업주부로 가정에 충실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 남편이 봤다가는 '어떤 소득'이냐고 다그칠 것이 뻔한 상황. 다행히 국세청 안내문은 남편이 없는 사이 날아왔다.
K씨는 서둘러 국세청에 전화 "유가환급을 받지 않아도 좋으니 당장 나와 관련된 국세청 자료를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세청 전산자료 삭제는 불가능한 일.
국세청은 이와 관련 "K씨와 같은 사연이 많은 것으로 판단 '국세청 유가환급시스템' 홈페이지에 '취소방'을 만들었다"며 "취소방에서 유가환급지급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남기면 유가환급 지급도 되지 않을뿐더러 어떤 안내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 세무서 찾은 곱상한 여인…정체는?
●…서울 강남의 한 세무서는 유가환급과 관련된 국민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던 10월 말 단아하고 곱상한 한 여인의 방문을 받았다. 이 여인에게는 당연히 세무서 많은 직원들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
유가환급을 받을 만한 소득수준인데 회사에서 신청을 안 해줘서 못받고 있는 만큼, 유가환급금을 지급해 달라는 것이 △△금융기업에 근무한다는 이 여인의 세무서 방문이유.
방문을 받은 세무서가 이 여인의 소득수준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룸싸롱에서 지급된 소득내역이 조회과정에서 나온 것.
의외의 조회결과를 본 직원이 말을 꺼내기가 얼마나 조심스러웠는가 하는 것은 안봐도 뻔한 일. 그러나 이 직원은 용기를 내서 주변에도 듣는 사람이 있는 만큼 "혹시 ○○룸싸롱을 아십니까?"라고 속삭이듯 물었다.
이 여인은 소스라치게 놀라 얼굴까지 창백하게 변했고 급기야 "그런 자료까지 국세청에 있나요? 제 자료를 지워주세요"라고 한마디 던진 뒤 이내 세무서에서 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