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건설교통부로부터 화물차로 형식승인을 받은 무쏘스포츠에 대해 재정경제부가 특소세 부과대상인 승용차로 판정한 것과 관련, 이를 재고해 줄 것을 재경부와 산업자원부에 건의했다고 11일 밝혔다.
협회는 건의에서 무쏘스포츠에 대한 특소세 부과로 소비자들의 혼란과 쌍용차의 경영상 애로가 발생하고 있다며 같은 차종에 대해 정부 부처간에 다른 결정을 내림으로써 유발되는 문제점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줄 것을 촉구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7일 '2002 신재생에너지전시회'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다코타를 내년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주력 차종으로 판매할 계획이며 세계적으로 트럭으로 분류돼 판매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특소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코타의 출시가 예정보다 늦춰진데는 무쏘 스포츠의 영향도 있었다"라며 다코타와 무쏘스포츠는 재원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임러크라이슬러 마케팅팀 허주연 차장은 "지난 1일 다코타를 직접몰고 재경부 관련 부서를 방문 다코타의 재원 등을 설명했고 이에 대해 재경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아직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SUT를 승용차로 취급하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며 "특소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는 만큼 특소세 부과 대상으로 판정날 경우에 대한 대응책을 별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무쏘 픽업과 비슷한 수입화물차의 경우 5인승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일반형 비과세로 수입돼 왔지만, 무쏘 스포츠를 승용차로 분류함과 동시에 관세청은 수입 5인승 픽업트럭에 대한 특소세 부과방침을 세워 둔 상태여서 재경부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논란은 피하기는 어렵다.
만약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다코타'가 화물차로 결론날 경우 쌍용차가 역차별로 규정, 대응에 나설 태세고 반대로 승용차로 결론나면 다임러크라이슬러측이 수입장벽으로 규정해 문제삼을 방침이어서 한·미간 통상마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쌍용자동차 홍보실 김범석 대리는 "무쏘 스포츠 계약자들은 재계약이나 해약의 선택을 미룬 채 정부와 다임러크라이슬러 측의 통상마찰문제가 표면으로 떠오르길 기다리고 있다. 다코타의 특소세를 면제할 경우 형평성문제가 제기돼 특소세 면제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는 지난주 외교통상부를 방문 픽업 트럭에 특소세 부과가 부당하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한 상태이다.
자동차업계는 국내 첫 SUT모델에 대한 세무당국의 판정이 향 후 새로운 SUT개발 여부에 결정적인 미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쌍용차, 재경부 특소세 부과 결정 "받아들일 수 없다"
지난 21일부터 출고되고 있는 무쏘 스포츠 예약 고객 2만명 가운데 실제 구입자들은 재계약을 통해 당초 계약 가격보다 모델에 따라 290만∼380만원 비싼 1926만∼2466만원에 구매하고 있다.
법정소송을 통해 이번 결정이 번복된다 하더라도 이미 낸 특소세는 과세시점에 내는 세금이어서 되돌려 받을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무쏘스포츠 계약자들은 재계약이나 해약의 선택을 미루고 수입용 픽업차량의 특소세 부과 여부 등 이번 사건의 결론을 기다리는 중이다.
스포츠 다목적 차량(SUV)의 장점인 오프로드 주행성능과 트럭의 화물 적재능력을 결합한 SUT(스포츠 다목적 차량)는 레저 활동 등 다목적성을 극대화해 특히 북미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쌍용차는 여기에 디젤엔진 장착에 따른 저렴한 유지비와 연간 2만8천500원에 불과한 소형 화물차급 자동차세라는 장점을 내세워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으로 국내 첫 SUT 모델인 무쏘스포츠를 출시했다.
무쏘 스포츠의 경우 외양은 화물차지만 일반승용차처럼 5인 탑승이 가능하기 때문에 화물차인지 승용차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승용차는 차량가격의 14%에 해당하는 특소세가 부과되는 반면 화물차는 면세된다.
쌍용측은 이러한 논란이 제기 되자 "이 차는 △최대적재량 1t이하 △총 중량 3t이하 △화물적재중량이 승차 중량보다 커야 하는 등 현행 자동차 관리법상 소형화물차 요건을 충족해 건교부의 형식 승인이 난 상태인데 다시 문제삼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경부는 무쏘스포츠는 5인승 승용석과 덮개가 없는 소형 화물칸이 결합된 승용·화물 겸용 차량으로, 승용석이 화물칸보다 크다는 이유를 들어 승용차로 분류, 특소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쌍용측 관계자는 "무쏘스포츠를 승용차로 분류한 재경부의 결정에 불복해, 11월 말 특소세 납부와 동시에 국세 심판원에 특소세 부과에 대한 심판청구를 제기할 것"라고 밝혔다.
한편 다임너크라이슬러 코리아는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5인승 레저용 픽업트럭을 국내에 판매하기 위해 2년간 준비해왔으며 지난해 건교부에 형식 승인을 요청, 화물차 판정을 받아 11월 20일 이후 이 차에 대한 통관 절차를 밟고 내년 2월 출시할 예정이다.
부처마다 들쭉날쭉-통일된 분류기준 세워야
재경부 결정 이후에도 SUT에 대한 화물과 승용 논란이 여전한 것은 재경부가 사람 수송을 목적으로 제작된 9인승 미니밴 등 다목적 승용차에 대해서 특소세법상 화물차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등 판단 근거가 명쾌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현재 차종을 분류해 놓은 법률은 ▶건교부의 자동차 관리법 ▶재경부의 특별소비세법 ▶환경부의 대기환경보전법 ▶행정자치부의 지방세법 등이다. 각기 법률의 목적에 따라 분류기준을 달리하고 있으며 특히 건교부와 재경부의 승용차 규정은 크게 다르다.
건교부에서는 승용차를 '10인이하를 운송하기 적합한 자동차'라고 정의한 후 배기량에 따라 경형, 소형, 중형, 대형 등 4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 재경부는 '엔진배기량이 800cc를 넘는 사람을 운송하기 적합한 차'로 승차인원은 8인 이하다.
때문에 건교부에서 승용차로 분류한 9인승 미니밴이 재경부에서는 소형화물차로 분류되는 모순이 빚어진다. 그 결과 승용차인 트라제, XG카니발, 스타렉스 등 9인승 승합차가 특소세 부과대상에서 빠져 있다.
경차도 건교부는 승용차의 일부로 분류하면서 '사람'이 타는 차로 정의하고 있지만 재경부는 따로 항목을 만든 후 '사람과 화물을 운반하는 차'로 규정했다. 대우의 소형화물차인 라보가 건교부에서 화물차로 형식승인을 받고 재경부에서는 경차로 세금혜택을 받는 이유다.
최근 재경부에 의해 특소세 부과대상으로 판정돼 논란을 빚은 무쏘스포츠카는 5인승에 덮개가 없는 짐칸이 따로 마련돼있다. 건교부는 올 초 이 차를 화물차로 형식승인했다. 최대 적재량이 1t 이하며 화물적재 중량이 승차 중량보다 커 소형 화물 자동차에 해당된다는 것이었다. 이 경우 특소세가 면제된다.
그러나 재경부는 "실제 용도가 레저용으로 사실상 승용차라며 특소세를 부과키로 했다. 반면 환경부는 이 차를 배기가스 배출허용치가 승용차보다 완화된 화물차로 분류했다. 환경부는 배기량과 무게만으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동차관리법과 특소세법이 각각 '화물을 실어나르는데 적합', '사람을 실어 나르는데 적합'이라는 모호하고 포괄적인 규정을 하기 때문에 재경부 홈페이지에 차량구입자들의 항의성 글이 빗발치는 등 형평성 시비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외국의 경우 기준이 제각각인 경우는 거의 없다."며 “민원 소지를 없애고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부처간 협의를 통해 합리적이고 통일된 분류기준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