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대화는 봉태열 청장이 주도했다. 직설적인 중소 기업체 대표들의 딱딱한 질문 예봉을 피하면서도 상공인들을 다독거리는 대화기법이 노련미를 곁들인 봉 청장의 '餘談'으로 참석 상공인들은 "세정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미등록 사업자 있어도 '뇌물 받는 직원은 없다'
봉 태열 청장의 첫 번째 여담은 세정 개혁의 성과를 설명하면서 나왔다. 지역담당제의 폐지로 국세청 직원들의 부조리가 사라졌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봉 청장은 여담이라고 전제하며, "지난 1999년 10월 인천 호프집 화재사건후 수사기관 조사결과 다른 관공서에서는 뇌물을 상납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세무서 직원의 연루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시 호프집 사장은 '세무서의 경우 지역담당제가 폐지돼 사업장을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뇌물을 줄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봉 청장은 지역담당제의 폐지로 지적되고 있는 세원관리의 허점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당시 호프집 사장의 경우 조사결과 8개의 사업장을 경영했으나 이 중 3개는 미등록 사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역담당제의 폐지로 세무서 직원들의 부조리는 없으졌으나 세원관리 측면에서 부족한 면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봉 청장은 "지역담당제의 폐지로 영세사업장들이 일부 세원관리에서 빠져 나가기는 하지만 당시 국세청으로선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 였으므로 이를 단행한 결과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이에따라 봉 청장은 "앞으로도 국세행정은 납세자에 대한 간섭을 축소하면서 시스템 의한 세무환경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프장의 포니는 세무서장"
봉 청장의 두 번째 여담은 도봉지역 상공인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돋보였다. 이 상공인의 질문은 국세공무원들의 복지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내용. "기업인도 누비라(승용차)를 타고가면 기업체의 경우 경비원부터 푸대접하는데 강북구, 노원구, 도봉구 등 무려 3개구를 관할하는 세무서장이 누비라급 차량을 타고 다닌다는 것은 국세공무원들의 복지수준이 어느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한다"며 이는 "전체 국세공무원들의 사기저하 원인으로 나타나 앞으로 우수한 직원들의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인 만큼 이것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
봉 청장은 "현재 정부 관서중 세무서 청사가 가장 노후 되었을 것이며, 또한 세무서장들의 관용차량도 낮은 등급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매년 예상당국에 이러한 점을 알리기는 하지만 세무서장의 실질적인 역할보다 각 부처간 직급의 단순비교에 의해 예산이 책정되는 한계에 따른 것"이라며 "국세청은 예산을 사용하는 부서가 아닌 예산을 걷어들이는 관서 특성상의 한계로 아직은 좀 참을 수 밖에 없다"며 국세공무원들을 낮추었다.
이어 봉 청장은 "과거 세무서장들이 골프를 하던 시절, 당시 세무서장들이 골프장을 방문하면 그 누구보다 세무서장을 잘 알아보았는데 이는 세무서장들이 '포니2(승용차)'를 타고 다녔기 때문이었다"고 여담을 곁들였다.
막국수집 입회조사-'기계적 행정'의 한계
이어 관악구 한 상공인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는 봉 청장의 세무행정에 대한 철학을 엿볼수 있었다.
국세청에서 각 세무서별로 건수를 할당해 세무조사를 하다보니 관악구의 경우 서초 강남 등 큰 기업이 많은 구에 비해 아주 작은 기업도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질문에 대한 답변.
봉 청장은 "지금까지의 세무행정은 대체적으로 관악구 몇 개, 은평구 몇 개 등 규모, 업종특성 등을 고려치 않고 획일적인 조사대상의 선정으로 실질적인 불공평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고 진솔하게 얘기했다.
이에따라 봉 청장은 "앞으로는 운용의 묘를 살려 서울청의 경우 전체적인 세원의 틀에서 관리하는 방향으로 행정을 집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봉 청장은 여담으로 자신이 초임서장을 지냈던 홍천서장 시절을 떠올렸다.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아 부과과에서 야간에 입회조사를 간다고 해서 '이런 시골에서 입회조사를 그것도 야간에 하느냐'는 생각에 따라 나섰더니 터미널 옆 막국수 집을 조사하는 것을 보고 당장 철수지시를 내렸다"는 예를 들었다.
"당시 세무조사는 각 세무서당 몇 건 식으로 한계를 짖다보니 서초구에도 두 개, 홍천에도 두 개 식으로 한계를 지어온 잘못된 행정의 관행에서 온 현실적인 문제이자 기계적 행정의 한계 때문 이었다"고 설명했다.
봉 청장은 "앞으로 서울청의 경우 행정의 묘를 살려 청 전체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실질적인 불공평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박수가 뒤따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