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우편물을 수거하여 정리하던 중 우연히 아파트 관리비 부과명세서를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원가회계를 연구하는 나에게 아파트 총관리비를 세대별로 부과한 방법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 부과내역서상에 내용은 첫째는, 아파트 관리비 항목이 나름대로 상세히 분류가 되어 있고, 둘째는, 항목별로 배분기준을 달리 적용하여 세대별로 계산되어 있었다. 즉, 항목별로 집계된 비용을 각 입주자에게 배분함에 있어서 세대별로 균등하게 배분하지 않고 나름대로 항목별로 서로 다른 배분기준을 가지고 배분하고 있었다.
이러한 논리는 제조업에서의 제품원가계산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제조현장에서 발생한 제조원가 중에서 특정제품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원가는 해당 제품에 직접 할당하지만, 공통으로 발생한 원가는 관련제품들에 합리적인 배분기준을 설정하여 그 기준에 기초하여 배분하기 때문이다.
먼저 관리비 부과명세서에 나와있는 관리비 중 몇 가지 항목을 소개하고 이를 원가배분이라는 기초이론과 관련하고 살펴보기로 한다.
[사례 연구]
1.일반관리비
일반관리비에 해당하는 항목은 관리소 운영비로써 급여, 사무용품, 협회비, 수도광열비, 통신비, 주차관리비 등이 있다. 관리비의 세대별 배분기준이 전용면적으로 되어 있어 평수가 커질수록 더 많은 관리비가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있다.
2. 오물수거료
오물수거료의 세대별 배분기준이 세대수로 되어 있어 오물수거료는 평수에 상관없이 한 세대별로 동일하게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있다.
3. 승강기관리비
승강기관리비의 세대별 배분기준이 1층 이상의 전용면적으로 되어 있어 1층 이상의 세대수에 한하여 평수가 커질수록 더 많은 관리비가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의 배분방법이 적절한 것일까?
배분기준으로서의 제 구실을 하려면 두 가지의 기준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해당 원가발생과 논리적인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둘째는 적용하기 용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배분방법의 문제점과 개선사항은 다음과 같다.
위의 개선사항은 해당 항목별로 이상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위 기준을 적용하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각 세대별로 위의 배분기준을 상세하게 집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원가측정에 있어서 큰 비용과 시간이 소모된다면 비용과 효익을 비교하여 적절한 배분기준을 선택해야 함은 물론이다.
※원가배분의 기초이론
1. 원가배분의 의의
원가배분(cost allocation)이란 공통적으로 발생한 원가를 집계하여 합리적인 원가배분기준에 따라 원가대상에 배분하는 과정을 말한다.
2. 원가배분의 목적
(1) 재무제표 작성을 위하여 기말재고자산을 평가하고 매출원가를 계산
(2)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
(3) 부문 책임자나 종업원들의 성과평가
(4) 입찰이나 계약금액의 결정
3. 원가배분의 기준
(1) 인과관계기준(cause and effect criterion) : 배분하려고 하는 원가의 발생과 원가대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할 경우 이러한 인과관계에 따라 원가를 배분하는 기준
(2) 수혜기준(benefits-received criterion) : 배분하려고 하는 원가로부터 원가대상에 제공된 경제적 효익을 측정할 수 있는 경우 이러한 경제적 효익의 크기에 따라 원가를 배분하는 기준
(3) 부담능력기준(ability-to-bear criterion) : 원가대상이 원가를 부담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원가를 배분하는 기준
(4) 공정성과 공평성기준(fairness and equity criterion) : 원가대상에 원가를 배분할 때에는 공정하고 공평하게 하여야 한다는 기준
(5) 증분원가기준(incremental cost criterion) : 특정원가가 특정원가대상에 부가되어 발생할 때 그 부가된 원가가 발생한 원가대상에 원가를 배분하는 기준
[엄윤의 원가 묘수]
원가배분이라 함은 여러 원가대상에 공통으로 발생한 원가를 합리적인 배분기준에 따라 배분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예컨대, 3명의 친구가 호프집에서 술을 마신 후에 계산서에 기재되어 있는 금액을 어떻게 나누어서 계산할까 하는 문제와 동일하다. 물론, 3명이기 때문에 총금액을 균등하게 3분의 1씩 계산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술과 안주를 적게 먹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동일하게 배분하는 방법에 대해서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절한 배분기준을 찾아가는 과정을 원가배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생산현장에서도 여러 가지 제품을 생산하는데 공통적으로 발생한 원가가 있다면 그 원가는 특정제품을 위해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발생한 원가이므로 관련대상에 배분하여야 하는 문제와 동일하다.
그렇다면, 호프집에서 발생한 총금액을 원가배분의 기초이론에 따라 배분한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즉, 인과관계기준을 적용한다면 각자 소비한 술과 안주량에 비례하며 배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제적인 여유가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이 기꺼이 큰 비용을 부담하고자 한다면 그 또한 균등하게 부담하는 것보다 좀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부담능력기준이 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제조환경이 과거의 노동집약적인 생산형태에서 공장자동화로 인한 자본집약적인 생산방식으로 변화함에 따라 여러 제품을 생산하는 데에 투입된 원가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그 발생형태 또한 복잡하고 다양성을 띄게 된다. 따라서 보다 정확한 제품원가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공통원가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정확한 원가를 분석하여야 합리적인 이익을 고려하여 정확한 제품가격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현장에서 발생한 원가 중 여러 제품생산에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원가가 있다면 단순히 생산수량이나 생산투입시간에 비례하여 배분하기 보다는 그러한 원가발생과 인과관계에 있는 배분기준을 적용한다면 경영의사결정에 보다 유용한 정보로써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엄윤 회계사 : 공인회계사/세무사 홍익대학교 대학원 웅지세무대학 전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