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망이 1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바짝 조이면서 전직 대통령과 그의 후원자가 `외나무다리'에서 물러설 수 없는 진실게임을 벌이게 됐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주변 인물에 돈을 건넨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 등을 `무기'로 노 전 대통령에게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노 전 대통령도 만만치 않게 항전 태세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박 회장의 검찰 진술에 대한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ㆍ해명하면서 옛 후원자였던 박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그를 보고 건넨 돈이었다"는 취지의 박 회장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세에 몰린 노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박 회장이 검찰에서 이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이를 직접 자신이 밝혀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끝까지 이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박 회장이 `약점'을 잡혔거나 `선처'를 조건으로 검찰이 바라는 방향으로 사실이 아닌 진술을 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미묘한 대목이다.
검찰로선 돈을 노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장본인인 박 회장의 진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은 사실이다.
문제가 된 박 회장의 600만 달러는 계좌추적을 거의 할 수 없는 현금인데다 자금의 성격과 사용처, 대가성, 최종 종착지를 둘러싸고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의혹 덩어리'가 됐을 만큼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검찰이 지난해 말부터 `박연차 게이트'로 불릴 만한 이번 수사를 위해 칼을 뽑았지만 관련 정황 증거나 회계자료, 통화내역, 다이어리 등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는 해도 사실상 박 회장의 `입'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노 전 대통령 소환조사가 기정사실화됐고 의문의 600만달러를 놓고 사건의 두 핵심인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해석'이 다른 만큼 이들간 대질신문이 초미의 관심사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동안 여러 유력 인사가 박 회장에게 현금으로 돈을 받았는데도 박 회장과 대질신문에서 `제압'돼 범행을 실토할 정도로 박 회장의 `입'은 위력을 발휘해 왔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도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결과적으로 구속 직전의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구조'해 냈고 본인과 가족들을 위한 방어에도 적극 나섰다.
노 전 대통령과 한때 든든한 경제적 후원자였던 박 회장이 이젠 서로에게 창을 겨누고 검찰청사 조사실의 테이블을 사이에 둔 채 마주볼 처지가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