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강금원(57) 창신섬유 회장의 횡령금을 받은 참여정부 인사들의 명단이 속속 확인되면서 '강금원 리스트'의 폭발력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지금까지 계좌추적 등을 통해 강 회장의 횡령금을 전달받았다고 확인한 인사는 안희정(44) 민주당 최고위원, 윤태영(48) 전 청와대 대변인, 여택수(44)씨를 비롯한 전 청와대 행정관 2명 등이고 이들이 받은 돈은 모두 16억3천100만원으로 집계됐다. 돈을 받은 명단에는 김우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연구소와 명계남(57) 전 노사모 대표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들이 돈을 받은 시점은 모두 현직에서 물러났거나 정치활동을 벌이지 않은 때여서 강 회장이 어떤 대가를 바라고 이들에게 거액의 돈을 건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대세다.
사업상 이득을 노리고 참여정부 현직 인사에게 돈을 건넨 박연차(64) 태광실업 회장의 돈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이들도 한결같이 "대가성이 없는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도 "수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현 단계에서는 간단하게 정치자금법 등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강 회장이 아무리 1인 회사라고는 해도 창신섬유와 충북 충주 S골프장의 회삿돈을 빼돌리는 범죄 행위를 저지르면서까지 이들을 조건 없이 도와줬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강 회장이 현직에서 물러나 별다른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왜 적지 않은 돈을 건넸는지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성격이 의심스러운 돈을 받은 이들은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안팎에서는 '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대선 잔금 등을 보관하고 있다가 이를 측근 인사들을 통해 돌려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검찰 수사를 통해 돈 전달 배경에 불순한 목적이 깔렸었던 것으로 드러나면 이들에 대한 무더기 사법처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돈의 종착역이 노 전 대통령 주변이었던 것으로 확인되면 파장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검찰의 칼끝이 '강금원 뇌관'을 터뜨려 참여정부의 도덕성을 나락으로 떨어뜨릴지, 아니면 강 회장이 정권교체 이후에 아무런 대가 없이 묵묵히 전(前) 정권 인사를 챙겨준 '의리의 사나이'가 될지 세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