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 감세, 소비효과…"별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세수는 크게 감소해 내년 시행될 예정인 소득세와 법인세의 높은 세율 인하를 유보하자는 세법 개정안에 대해 현재의 재정건전성과 경기침체 상황을 고려할 때 타당하다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의 의견이 제시됐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내년부터 소득세 과세표준 8800만원 초과구간은 35%의 세율에서 33%의 세율로 인하되며, 법인세 과세표준 2억원 초과는 22%의 세율에서 20%의 세율로 인하된다.
이런 가운데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13일 소득세와 법인세 높은세율 인하를 내년 이후로 유보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광묵 전문위원은 21일 소득세법 개정안과 법인세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고소득층의 소득세 인하는 소비진작 효과가 미약하다는 이유로, 법인세 높은 세율 인하는 내년에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재정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유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작년 감세혜택 고소득층이 가장 많이 받아"= 김 전문위원은 "과세표준 8800만원이 초과되는 종합소득자는 소득이 1억원이 훨씬 넘는 고소득층으로 이들은 작년 소득세율 인하로 감세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며 "고소득층의 소비탄력성은 저소득층에 비해 작아 감세 효과가 적다"고 밝혔다.
3월말에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작년 소득 상위 10%계층(10분위)의 소비지출은 0.6% 증가해 전 가구 평균 소비지출 증가율 3.6%의 6분의 1수준에 불과해 소득 1~10분위의 소비지출 증가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은 OECD 30개 국가 중 18번째로 중하위 정도에 해당해 독일, 일본, 영국보다 낮고 체코, 핀란드, 캐나다 등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에 속한다는 게 김 전문위원의 설명이다.
과세표준 8800만원을 초과하는 인원은 2007년 기준으로 전체 종합소득세 납세자의 4.5%인 11만9135명이며, 과세표준 금액은 전체 금액의 48.4%에 해당하는 29조671억원에 달한다.
□ "내년에도 경기침체라면, 법인세 인하 유지 어려워"= 김 전문위원은 "내년 이후 경기가 반등하지 못하거나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세수실적 악화와 재정부담 가중으로 법인세율 인하조치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 우리경제가 4%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조만간 IMF는 우리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하는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할 것이라고 알려져 경기침체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한 그는 "우리의 국가채무가 주요 선진국의 절반수준이라 아직까지 재정건전성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 있으나,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채무의 증가속도와 저출산·재정지출 요인, 우발채무 등으로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에는 외환시장 안정용 채권발행 증가 등 금융성 채무 증가가 많았으나, 이번 추경안에서는 적자성 채무인 일반회계 적자국채 발행규모(36조9000억원)가 채무의 증가 원인이기 때문에 향후 재정운용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성 채무는 빚을 갚을만한 대체적인 요인이 있지만, 적자성 채무는 순전히 국민이 낸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빚으로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세금으로 갚아야할 빚만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그는 "법인세 높은세율 인하를 유보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설득력이 있지만, 정책의 일관성 및 신뢰성,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과 조세경쟁시대의 자본이나 고급인력 유출 가능성 등을 일부 고려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