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토지와 관련한 세금인상 정책이 광범위하게 시행됐습니다. 이 때문에 '세금폭탄'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농업이나 사업목적이 아닌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서는 세법이 정해놓은 기준에 부합할 경우 양도소득세 기본세율(당시 9∼36%)이 아닌 60%의 단일세율(주민세를 포함할 경우 66%)로 중과세하는 제도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제도는 당시 정부가 얼마만큼 부동산 투기 문제에 대해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2007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현재 '폐지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60%라는 세율은 정말 '무지막지한' 수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연히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하는 무서운 세율이죠. 물론 세법이 정한 과세기준에 포함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피해나갈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과세관청으로부터 2억3000여만원이라는 거액의 세금을 두들겨 맞은 A씨는 세법이 정하고 있는 60% 중과세 기준을 미처 벗어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직접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중과세는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런 무지막지한 세율이 적용된 세금을 부과 받게 됐을까요.
□ 영업 않고 농사짓는 직원에 수 천만원 연봉…'신의 직장(?)'= A씨는 지난 2001년 경기도(거주지 인근)에 소재한 토지 1991㎡를 구입, 보유해 오다 2007년 7월 타인에게 양도하고 양도세 기본세율(9∼36%)을 적용해 양도세를 신고·납부했습니다.
그러나 국세청은 A씨가 해당 토지를 직접 경작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비사업용 토지) 60% 중과세율을 적용해 지난 해 11월 A씨에게 양도세 2억3000여만원을 경정.고지했습니다. '뿔'이 난 A씨는 국세청의 과세에 불복, 즉각 조세심판원에 삼판청구를 냈습니다.
국세청이 중과세율을 적용해 과세한 이유는 A씨가 지난 1995년부터 모 자동차 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근로자였기 때문입니다. 국세청 조사결과 A씨는 토지를 보유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수 천만원의 연봉을 받아왔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4000만원에 미치지 못한 연봉을 받던 A씨는 영업실적이 좋았는지(?) 2004년 5100만원, 2005년 5000만원, 2006년 6300만원, 2007년 7500만원 등 고액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A씨가 이처럼 수 천만원의 연봉을 받던 기간, 사실은 '농사'를 짓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A씨는 "영업직의 특성상 자유롭게 시간활용이 가능했고 근무시간 중에도(영업시간) 비공식적으로 시간을 내어 농지를 직접 경작했다"며 "중과세율을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했습니다.
A씨의 주장이 맞다면 물론 농사를 지으면서도 영업실적을 쏠쏠하게 올렸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근무시간 중 비공식적으로(몰래) 농사를 지으러 다닌 직원에게 수 천 만원씩의 연봉을 쥐어준 이 자동차 회사는 아마도 '신의 직장'인 모양입니다.
그러나 국세청은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국세청은 "농사를 지었다고 하지만 농자재 구입사실도 없고 회사에 월차 휴가 등을 냈다는 증빙도 없었다(몰래 갔기 때문에 당연히 없었겠죠)"며 "농사를 지었다는 객관적 증빙이 없어 중과세는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 심판원, "세금 내세요"= 양 측의 팽팽한 대립은 결국 조세심판원이 국세청의 손을 들어주면서 끝이 났습니다. A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지 못하는 이상 2억3000여만원의 거액을 세금으로 고스란히 납부해야 할 형편이 됐습니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A씨가 직접 경작을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에 월차 휴가 등 공식적인 증빙자료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또한 A씨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토지보유 기간 중 쌀소득 등 보전직접지불금(쌀직불금) 등을 신청한 사실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농자재를 구입했다고 주장하며 A씨가 사실확인서 등을 제출했지만 결국 이 마저도 '가짜'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심판원은 "A씨가 농자재를 구입했다며 매출현황 및 사실확인서 등을 냈지만 조사결과 거래처 매출장 등에는 A씨와의 거래내역이 없었다"며 "게다가 A씨의 거주지는 아파트로 농기계를 보관할 별도의 보관창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A씨가 농지 취득이전부터 양도일까지 근로소득이 있는 반면 월차 휴가 등 객관적 증빙자료가 없고 농지 보유기간 중 실제 경작자에게 지급되는 쌀지불금을 신청한 사실이 없는 점, 농기계 등을 보관할 수 있는 별도의 보관창고가 없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A씨가 농지를 직접 경작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