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는 농민단체들이 쌀 시장 조기 개방에 합의할 때만 유효한 것이지만 조기 관세화로 결론날 경우 그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내년부터 쌀을 관세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23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쌀 조기 관세화를 논의할 농민단체들의 협의기구인 농어업선진화위원회 쌀 특별분과위원회는 지금껏 세 차례 회의를 열고 조기 관세화의 득실을 따졌다.
조기 관세화는 국제 쌀 가격이 높을 때 시장을 열면서 매년 조금씩 늘어나게 돼 있는 의무수입량(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을 현재 수준에서 동결시켜 과도한 쌀 수입을 막자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엔 국제 쌀값이 현 수준을 유지하고 거기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 MMA 물량 외에 추가로 수입되는 쌀은 없을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이 판단대로라면 쌀 관세화는 이를수록 좋다. 1년 늦출수록 MMA 물량이 2만t 정도씩 늘어나기 때문이다.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도 내년 1월부터 쌀 관세화를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농식품부는 농민단체들의 불안감이나 우려를 감안해 결정권을 농민단체에 맡긴 상태다. 어떤 결론을 내리든 이를 수용한다는 입장인데 현재의 관세화 유예를 유지하기로 결론 낼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다. 별다른 조치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기 관세화로 귀결되는 경우다. 농민단체들이 이 문제에 합의해도 그 뒤로 통과해야할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한국의 쌀 관세화 유예에 합의했던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로부터 유예를 풀고 관세화를 앞당기겠다는 데 대한 동의를 얻어야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조기 관세화는 '쌀을 2014년까지 양허하지 않겠다'는 양허표의 수정에 해당한다"며 "양허표를 수정하려면 WTO 규정상 최소 시행 90일 전에는 이를 회원국들에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역산하면 내년 1월 관세화하려 할 경우 9월 말 이전 WTO에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최소한의 말미다. WTO 회원국들이 조기 관세화에 이의를 제기하면 우리 입장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보다 먼저 쌀 관세화의 길을 걸은 일본이나 대만의 경우 쌀 수출국들을 납득시키는 데 2∼4년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관세화에 대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미 2015년 이후 관세화를 하기로 했으므로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는 의견도 있고, 새로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여러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내년부터 관세화를 하기엔 촉급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시한을 정해두고 논의를 진행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쌀 분과위원회는 다음 달 초순까지 도(道)별로 쌀 조기 관세화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