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방 반(反)독점청 이고르 아르체메예프 청장은 지난 주 기자회견을 통해 "석유기업들이 가격 공모 전술을 계속 한다면 곧바로 단속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가 석유기업들에 사정의 칼을 빼든 것은 지난해 7월 무렵이다.
당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를 감당 못한 영세 항공사들이 줄도산하고 항공기 요금이 비싸다는 불평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항공유를 포함한 석유 가격 인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해당 관리들을 해임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
곧 반독점청은 로스네프티, 루코일, 가즈프롬 네프티, TNK-BP, 수르구트네프테가스 등 러시아 5대 석유회사들을 상대로 가격 담합 여부 조사에 들어갔다. 당국은 4개 회사를 상대로 총 1억9천만 달러 상당의 벌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어느 회사도 이 결정을 수용하지 않았고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번 아르체메예프 청장의 경고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지난달 개정 형법이 통과되면서 반독점청의 힘이 더 세졌기 때문이다. 반독점청의 조사권이 강화됐고, 위반자에 대해 최고 6년형까지 형사 처벌이 가능해진 것.
아르체메예프 청장은 "형사 처벌이 만사는 아니지만 기업들이 불법 수단으로 이용해 얻은 수익보다 벌금이 적다면 사법적 수단을 동원할 수 밖에 없다"며 "그들은 이제 욕심을 버리고 새로운 현실이 시작됐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 휘발유 가격은 매주 1%씩 올랐다.
그러나 로스네프티 사의 니콜라이 만벨로프 대변인은 24일 모스크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이 정한 테두리에서 영업해 왔다"며 여전히 가격 담합 의혹을 일축했다.
러시아 정부가 석유 가격 인상에 이처럼 예민한 것은 경제위기 속에 유가에 큰 영향을 받는 소비자 물가를 최대한 억제하고 사회 불안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