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9부(임시규 부장판사)는 27일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허태학·박노빈 전 사장들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상급심의 판단은 하급심을 기속한다고 규정한 법원조직법 8조에 따라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여 원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CB의 발행방식이 실질에 있어 '제3자배정'이었다 해도 형식이 '주주배정'이라면 주주배정으로 봐야하고, 주주배정인 이상 발행가에 상관없이 회사에 손해가 없다고 판단한 이상 배임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13년을 끌어온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사실상 무죄가 확정됨에 따라 삼성그룹의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허ㆍ박씨는 1996년 10월 제3자배정 방식으로 적정가보다 낮은 전환가격에 CB를 발행해 이건희 전 회장의 자녀인 재용씨 남매에게 편법 증여하고 에버랜드에 97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2003년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허씨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박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는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30억원이 선고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5월 이 전 회장의 CB 저가발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허·박씨에 대해서도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