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참한 1218명 주주, 의결권 총수 적어질 수도
"세무사회장은 당연직 이사? 선출직 이사?"
27일 서울 서초동 한국세무사회관에서 열린 전산법인 '한길' 창립총회(발기인총회)에서는 예상한대로 주주들이 세무사들이라는 점에서 총회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정회가 선포되는 등 "깐깐한 주주들"의 면목이 그대로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전산법인이 세무사 업무확장과 연관이 있는 만큼, 전산법인의 목적으로 나열된 세무회계컨설팅, 조세관련 정부위탁사업 등이 세무사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무사 스스로 세무사법을 위반하면서 업무확장을 하게 되면, 다른 법인이 세무사의 업무를 침해했을 때 대응할 논리가 부족하다는 것.
또 세무사회가 전산법인 '한길'을 설립하는데, 총 4616명의 회원이 30억원이 넘는 돈을 출자한 만큼, 정관에 대해서도 아주 엄격한 심사가 이뤄졌고, 주요 안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여기 저기에서 '이의를 제기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날 창립총회는 '한길'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이창규 서울지방세무사회 회장의 사회로 진행됐는데, 창립총회에 출석한 주주보고와 설립목적에 대한 얘기가 끝나자마자 한 주주의 이의제기로 정회가 선포됐다.
한 주주는 참석한 주주가 전체 출자자 4616명 중 3398명(24만503주, 위원장 제출, 대리인 포함)에 불과한데, 총 발행 주식수가 얼마인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이사 및 이사, 정관 등을 의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위임장도 제출하지 않고, 직접 출석하지도 않은 주주는 1218명. 이들도 주주로 봐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결론 없이 의사진행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발언이었다.
이와 관련 참관인으로 참석한 법무법인 청와 이상근 변호사는 "의결권 총수가 확정되지 않았다"라며 "발기인 총회는 설립등기시 발기인 전원의 동의를 구하는 것인데, 총회 결의 내용을 나머지 불참석한 주주들에게 통보한 후 이에 대해 동의하는 분들에 한해 주주로 확정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길의 의결권 총수는 당초 예정된 30만5000주보다 적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됐다.
또한 주주들은 세무사법을 위반할 수 있는 전산법인 '한길'의 업무영역에 대해서도 예리하게 지적했다.
또 다른 주주는 "정관에 나와 있는 한길의 업무 목적에 세무회계컨설팅, 조세관련 정부위탁사업 등이 나와있는데, 이런 내용이 세무사법을 위반할 수 있다"며 "세무사법을 침해하는 것은 축소 지향적으로 가야 한다. 다른 법인이 우리 직역을 침해했을 때 대응할 논리가 부족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관 제34조에 제시된 '한국세무사회 회장을 이사 중 1인으로 선임한다'는 조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세무사회 회장은 당연직 이사로 하자는 것인지, 선출직으로 하자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의견이었다.
이 변호사는 "한길 이사 중에는 세무사회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이런 조항을 넣게 됐다"며 "이사의 자격에 제한을 뒀기 때문에 당연직의 의미도 있지만, 세무사회 회장도 주주총회에서 결의돼야 이사가 될 수 있으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선출직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창립총회는 열띤 주주들의 논쟁 속에서도 대부분의 의사일정이 이사진의 요구대로 진행됐다. 대표이사 및 이사를 선임하는 데 있어서는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