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2000년에 우리銀과 경영정상화 MOU체결
"2007년 3분기 전까지 파생상품 투자 점검 안 해"
2007년 3분기에 이미 대규모 손실
우리은행이 신용파생상품에 투자해 1조6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은 것에 대해 우리은행의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도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예보가 2000년말 우리은행과 공적자금 투입에 따라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맺었는데도, 파생상품 손실이 현실화된 2007년 3분기 전까지 파생상품 투자에 대한 점검이 전무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이후 우리은행은 총 18억2000만달러를 신용파생상품인 CDO(부채담보부증권), CDS(신용부도스왑)에 집중투자해 작년말까지 누계손실이 14억800만달러에 달한다. 원화 기준으로는 1조6324억원 손실을 본 셈이다.
이 의원은 "1조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투자는 지난 2004년 2분기부터 이뤄졌음에도 예보는 2007년 3분기 MOU 점검에서야 처음으로 지적했다"며 "MOU 점검이 제때 이뤄졌으면 손실이 최소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예보는 파생상품 손실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재무비율 목표를 달성하자 아무런 제재 조치를 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2007년 4분기 예보는 우리은행이 재무비율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비재무부문 목표의 불합리한 이행을 근거로 파생상품 손실에 대해 황영기, 이종휘 전 행장에 대해 '경고 상당'의 제재를 내렸다.
이후 작년 1분기~2분기 파생상품 손실이 확대됐음에도 재무비율 목표를 달성하자, 추가적인 제재를 하지 않았고, 3분기 손실이 커져 재무비율 목표에 미달하자, '재무비율 미달성'을 사유로 전현직 행장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 4분기에는 또 다시 파생상품 손실을 이유로 인사와 기관에 제재조치를 취했다.
이 의원은 "작년 4분기 MOU점검결과가 예보위원회에 보고·제출되기까지 평균소요기간 49일(2005년)보다 4배를 초과하는 217일이 걸렸다"며 "이것은 올해 6월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및 제재조치를 기다리다가 제재 수위에 맞춰 중복 제재하기 위해 눈치보기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 이성남 의원도 "우리은행이 2004년부터 CDO,CDS에 투자한 총 81건 중 78건이 2007년 2분기 이전에 이뤄졌고, 이후의 투자는 CDO1건, CDS2건에 불과하다"며 "이들 파생상품이 유동성이 매우 낮은 점을 고려하면 2007년 2분기 이후의 예보의 지적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의원은 "지난 2005년 6월 21일 우리은행의 한 상근감사위원이 감사의견서를 통해 파생상품 손실의 위험성을 알렸다"며 "상근감사위원의 의견을 무시한 우리은행도 문제가 있지만, 매분기 점검을 하면서 기본중의 기본인 감사위원의 감사결과보고서를 챙기지 않은 예보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황영기 전 회장에 대한 감독당국의 징계사유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관의 CEO로서의 안정성을 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이 잣대는 예보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