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가 2만3천원 정도면 부실가능성 크지 않아"
채권단인 FI '이해상충'…사모펀드 등 동의안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유동성 위기의 핵심인 대우건설 풋백옵션 부담을 재무적 투자자(FI)도 분담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금호산업의 자본잠식 등 최악의 상황이 전제돼야하는 데다 FI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 금호산업 자본잠식 최악 상황 올까
채권단 관계자는 9일 "정부나 금호그룹측에서 대우건설 풋백옵션 행사가격을 `헤어컷(할인)`해야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는 금호의 자본잠식 등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풋백옵션 부담으로 자본잠식에 들어가는 등 재무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채권단이 채무조정 과정을 거치게 되고 투자자들도 과도한 프리미엄을 받기 부담스럽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금호측은 풋백옵션 대금을 당초 일정(내년 6월)보다 앞당겨 지급하는 대신 행사 가격을 소폭 할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우건설 풋백옵션 부담 해소 주체인 금호산업(002990)(12,750원 150 +1.19%)이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는 대우건설 매각가에 달려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매각가격 2만2000원~2만5000원 정도면 자본잠식 또는 부분잠식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대우건설 지분 `50%+1주`에 대한 매각가격을 주당 2만3000원으로 책정하면 3조7000억원 가량을 받게 된다. 풋백옵션 기준가 3만2500원으로 계산해 FI에게 물어줘야할 돈은 4조1300억원으로, 4300억원이 모자란다.
그렇다해도 금호산업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을 2705억원에 처분했고 금호생명 매각도 추진하고 있어 그 정도의 차익은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호산업의 자기자본은 1조1000억원, 납입 자본금 3000억원으로 4300억원을 까먹어도 납입자본금이 훼손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 투자자 고통분담 동의 '불투명'
대우건설 풋백옵션 행사가격을 할인해 고통을 분담해야한다는 입장의 논리에는 `재무적 투자자의 상당 수가 금호그룹의 부실을 방지해야할 채권단`이라는 근거를 대고 있다.
대우건설 FI 중에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금호그룹의 채권단이 포함돼있다. 채권단이 FI로 참여하면서 금호로부터 높은 프리미엄을 챙기고 부실을 초래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중 FI로 참여한 은행의 경우 담당하는 부서는 각기 다르겠지만 한 은행 안에서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만약 최악의 경우 금호그룹에 대해 채권 만기 연장이나 이자 삭감,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을 하게 된다면 고통분담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FI들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대우건설 FI로는 시중은행들 뿐 아니라 미래에셋, 우리투자증권, 칸서스, KTB 등 다수의 국내외 증권사와 사모펀드들이 연 9%의 수익률을 약속받고 투자했다.
대우건설 FI 관계자는 "풋백옵션의 수익률을 할인해주면 일종의 채무 삭감과 같은 것인데 채권단도 아닌 재무적 투자자가 이를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면서 "정부에서 인수합병(M&A) 풋백옵션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기존에 이미 체결한 계약에 대해 손대는 것은 시장 원칙에 반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