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효과 고소득층 집중"‥"성공적 평가" 공방
2013년 나랏빚 500조…재정건전성 우려 '한 목소리'
4대강 사업 '편법발주' 의혹, 적정성 여부 검증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첫날에는 지난해 대규모 감세의 효과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게 집중된다는 이른바 '부자감세'에 대한 여야 간 공방이 치열했다.
야당은 부자감세 철회와 함께 부가가치세율 인하 등 '서민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고, 여당에서는 감세의 효과가 서민·중산층에게도 돌아간다며 정부를 옹호하는 한편, 일부는 감세정책 자체를 성공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감세와 재정지출로 인해 오는 2013년 국가채무가 5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여야 모두 향후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4대강 사업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 野 "부자감세 철회" vs 與 "감세정책 성공"=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세·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의 혜택이 대부분 고소득층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이를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지난해 소득세 감세로 올해 상반기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 상위 20%가 가장 큰 혜택을 봤다"며 "소비지출은 고소득일수록 줄었고, 반대로 소득 하위 20% 계층은 감세혜택이 거의 없는 대신 소비지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당 강운태 의원도 "통계청의 올해 상반기 가계소득과 지출결과를 보면 감세혜택의 88.3%가 고소득층, 부자에게 혜택이 집중된다"며 "더 이상 부자감세의 사실을 호도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경제정책 방향을 서민과 중산층을 위하도록 바꿔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가시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지난해 감세조치에도 불구하고 투자증대와 경기활성화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재정건전성만 악화되고 있다"며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와 고소득층 소득세 인하계획을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유보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당에서는 부자감세가 아닌 '국민감세'라고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경제활성화 측면에서도 성공적인 평가도 내렸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감세는 기본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는 계층에게 절대적 규모가 크게 나타난다"며 "그럼에도 전체 감세의 2/3 정도가 중산·서민층과 중소기업에게 귀착되도록 설계됐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나성린 의원도 "소득세율과 법인세율 인하는 경쟁상대국보다 세부담을 높지 않게 해서 투자와 소비를 진작시킴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려는 것"이라며 "감세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회복이 눈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감세논쟁에서 親부자-親서민의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점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한 면만 봐서는 사안이 왜곡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법인세율의 경우 유럽은 모르지만, 우리 주변 경쟁국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 아니다"며 "부가세를 내리는 것도 소득 역진성이 강해서 서민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법인세율은 계속 인하하고, 부가세율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기본 골격을 재차 확인한 셈이다.
□ 2013년 나랏빚 '500兆'‥"건전성 대책 세워라"= 이날 재정부 국감에서는 국가부채 급증에 따른 정부의 재정건전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노무현 정부말 300조원이던 국가채무가 이명박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 등으로 오는 2013년에 5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불과 5년 사이 200조원의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셈"이라며 "우리의 국가재정악화가 과거 일본의 형태와 거의 비슷하다는 점에서 일본의 사례를 답습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안효대 의원도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부채의 개념설정부터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결산과정에서 발표하는 '국가채무'는 공공부문 전체의 부채가 아닌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정부가 부채규모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발표한 2007년 국가채무는 298조9000억원에 불과하지만 국회 예결위가 한국재정학회에 의뢰한 연구용역에 따른 부채는 688조4000억원에서 최고 1198조원에 달하며, 예결위원장이던 이한구 의원이 추정한 국가부채는 1439조원, 조세연구원 보고서는 986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각종 연금손실액, 공기업부채, 정부보증채무, 민자사업 손실보전금 등을 포함한 공공부문 전체의 부채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2013년에는 나라 빚이 500조원에 달해 국민 1인당 빚은 1000만원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 정부가 재정건전성 회복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추가감세 철회 또는 유보 등 정부의 재정건전성 회복에 대한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증현 장관은 "최근 1년간 국가채무가 급증했지만,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는 전대미문의 사태였고, 이럴 때 정부가 재정건전성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나라의 재정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건전하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정부의 향후 재정건전성 목표는 반드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4대강 '편법발주' 의혹 집중 추궁= 정부의 부채증가와 재정건전성 악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4대강 사업도 그 적정성 여부에 대해 지적과 논란이 이어졌다.
특히 야당에서는 법 위반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4대강 사업은 위헌이다. 정부가 국회의 예산심의도 받지 않고, 3조3000억원대의 공사를 편법으로 발주했다"며 "국토해양부가 공문에 국회의 의결도 받지 않은 총공사 예산금액을 명기해 헌법과 국가재정법을 무시하고 있고 총 공사기간을 780일 이내에 마치도록 하는 등 사업의 졸속 추진마저 우려된다"고 편법발주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정부는 하천 재해복구비가 연평균 4조원이 들어 5년만에 4대강 살리기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 연평균 복구비는 8000억 원에 불과하다"며 "8000억 원에는 4대강 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지방하천 복구비까지 포함돼 있어 사업비 회수가 5∼6년에 가능할지, 50∼60년에 가능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에서도 유일호 의원이 "사업성을 철저히 검토하고 사업발주나 사업자 선정과정에 오해가 없도록 투명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같은 당 김성식 의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경인운하로 부채가 5년간 9.2배 증가한 한국수자원공사가 어떻게 개발 이익을 통해서 부채를 상환할지 세부 계획이 나오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의 쏟아지는 지적에 윤증현 장관은 "4대강 사업은 국가계약법상 장기계속계약에 따라 발주한 것으로 법적인 문제는 없다. 마스터플랜에 따라 발주한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검토한 뒤에 보고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13일 재정부 국정감사 둘째 날에는 조세분야를 중심으로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