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당국-조세심판원 해석달라 납세자들 어쩌라고?
"무턱대고 기준시가로 신고했다가 가산세도 물어"
상속증여세를 납부할 때 기준이 되는 상속증여재산의 유사매매사례가 과세당국 및 조세심판원 등 조세불복기관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사매매사례는 아파트 등 상속증여재산을 최대한 시가로 과세하기 위해 상속일 전후 6개월내(증여일 전후 3개월내)에 거래된 비슷한 재산가치의 아파트 등을 상속증여재산의 '유사매매사례'로 인정, 과세하는 것을 말한다. 유사매매사례가 없을 경우에는 기준시가를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에는 유사매매사례를 '상속증여재산과 면적·위치·용도 및 종목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재산'으로 명기하고 있으나, 이를 현실에서 명확히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조세일보가 작년 초부터 10월 19일까지 심판원과 국세청에 접수된 상속증여세 '유사매매사례'와 관련된 약 114건의 조세불복 사건을 분석한 결과 특별한 기준 없이 기각되거나 또는 인용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납세자들은 '유사매매사례'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거나, 찾는 방법을 알더라도 아파트 층수가 다르고, 조망권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속증여재산을 기준시가로 산정, 신고·납부했다가 나중에 국세청으로부터 유사매매사례를 기준으로 상속증여세와 가산세를 경정·고지 받는 경우가 다수였다.
더 많은 세금을 내라는 과세당국의 통보에 억울한 납세자들은 조세불복을 하게 되지만, 대부분 유사매매사례의 기준시가가 상속증여재산보다 낮다는 점과 상속일 전후 6개월(증여일 전후 3개월)내에 거래된 점을 이유로 패소하게 된다.
물론 예외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별다른 기준 없이 적용되는 예외조항으로 인해 오히려 납세자는 상속증여재산의 '유사매매사례'에 더욱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어 명확한 기준 설정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 증여일 전후 '3개월내'에 거래만 인정?‥"NO"= 유사매매사례는 상속일 전후 6개월내(증여일 전후 3개월내)에 거래된 경우에 한해 인정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납세자가 찾아서 신고해야 하는 유사매매사례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납세자 A씨는 지난 2007년 2월에 아버지로부터 35평 빌라를 증여받고, 증여일 전후 3개월내에 매매사례가 없어 기준시가(2억원)로 증여세 2160만원을 납부했다가 1억원이 넘는 세금을 떠 안게 됐다.(조심2009중1658)
국세청이 작년 5월에 A씨에게 2006년 10월에 증여빌라와 신축시기·면적·용도가 유사한 시가 6억원의 매매사례가 있어 1억480만원의 세금을 내라고 경정·고지했기 때문. A씨는 증여일 5개월 전의 매매를 유사매매사례로 인정하는 것에 억울함을 느껴 심판청구를 했지만, 패소했다.
상속증여세법(제49조 1항)에 증여일 전후 3개월내(상속일 전후 6개월내)가 아니더라도 시간 및 주위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가격변동이 없을 경우 평가심의위원회 자문을 거쳐 유사매매사례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규정으로 인해 패소하게 됐던 것.
더구나 증여일 9개월 전의 매매사례를 기준으로 세금을 낸 경우도 있어 납세자가 어떤 기준을 갖고 유사매매사례를 찾아 상속증여세를 신고·납부해야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납세자는 2006년말에 아파트(49평)의 절반을 증여받고, 기준시가(4억2000만원)로 증여세를 납부했지만, 국세청으로부터 증여일 9개월 전인 2006년 3월에 12억6000만원에 거래된 매매사례로 6700만원을 더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조심2008서1715)
그러나 증여일과 매매사례의 계약일간에 7개월 차이가 난다고 해서 납세자의 조세불복이 인용돼 세금을 더 내지 않았다.
납세자가 2007년 5월에 어머니로부터 아파트를 증여받고, 기준시가(4억6100만원)로 증여세를 신고·납부했는데, 국세청이 제시한 유사매매사례의 실제 계약일이 2006년 10월 23일로 7개월이나 차이가 나 유사매매사례로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한 것이다.(조심2008서0864)
□ 어디까지가 '유사매매사례?'‥"제각각"= 또한 심판원은 대부분 유사매매사례의 기준시가가 상속증여재산보다 낮아서 납세자가 불리하지 않다는 점과 아파트 층수가 차이나더라도 면적·용도 등이 같다는 이유로 조세불복을 기각해왔다.
예컨대 상속아파트는 6층인데 비해, 같은 동, 같은 면적의 유사매매아파트는 15층으로 차이가 나는데도 상속아파트의 기준시가가 유사매매아파트보다 2800만원 가량 더 높아 납세자가 손해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세불복에서 패소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기준시가가 차이나고, 아파트 층수가 다르다는 이유로 유사매매사례로 인정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는 점이다.
납세자 B씨는 2007년 5월말에 7층 아파트(25평)를 증여받고, 기준시가(3억3400만원)로 증여세 4572만원을 신고했는데, 국세청이 같은 동, 같은 면적의 13층 아파트가 2007년 8월에 5억원에 매매된 것을 발견하고, 이를 유사매매사례로 과세하려고 하자, 심판원이 기준시가와 층수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심판원은 전체 15층의 13층인 유사매매아파트가 15층의 7층인 증여아파트보다 선호도 차원에서 더 높고, 유사매매아파트가 증여아파트보다 기준시가가 1000만원이 높다는 점 때문에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조심2008서3896) 반면, 유사매매아파트가 증여아파트보다 기준시가가 250만원 비싼데도, 소액이라는 이유로 패소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납세자가 아파트 층수가 다르고 기준시가가 다를 경우 같은 단지·같은 면적이라면 유사매매사례로 인정하고 신고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기준시가로 신고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
결국 납세자는 상속증여재산의 유사매매사례가 불명확해 기준시가로 신고·납부할 가능성이 높고, 추후 국세청의 경정·고지를 받거나 조세불복에서 패소하게 되면, 납세불성실가산세(1일당 0.03%)까지 내야 해 상당히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