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운영하다보면 토지와 건물은 물론, 자동차와 같은 자산이 필요합니다. 특히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자동차의 경우에는 비용으로 인정받아 세금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화물차나 특수차량의 경우에는 업무용으로 보기 쉽지만, 일반 승용차의 경우에는 사업주가 업무용이 아닌 사적인 용도로 쓰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증빙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최근 한 중소기업이 1억500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승용차를 업무용으로 비용 처리했다가 국세청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이 기업은 뒤늦게 차량운행일지 등을 만들어 증빙자료로 제출해봤지만, 급조했다는 사실과 운전기사 월급도 400만원에 이르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업무용 자산 '벤츠', 알고 보니 대표 아버지 '개인용도'= 지난 2004년 8월 부산에서 유가공업으로 설립한 A기업은 2006년 6월 벤츠 승용차를 1억5000여만원에 구입했습니다.
A기업은 2006~2007사업연도에 보유한 승용차의 제반 관련비용 9000만원을 손금 산입해 법인세를 신고했지만, 추후 국세청은 이를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세금을 다시 내라고 통보했습니다.
이에 A기업은 "벤츠 승용차는 수출에 관련된 외국 수입업자가 방문할 때 대표이사가 의전용으로 사용하는 자산"이라며 "간혹 대표이사가 사용할 수도 있지만 주된 용도는 업무용이기 때문에 비용으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벤츠 승용차는 A기업 대표이사 부친(88세)의 자택에 항상 대기하면서 노환 치료를 위한 병원 방문에 사용되는 등 개인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의전용으로 사용된 증빙도 제출되지 않아 업무용으로 사용했다고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었습니다.
□ 급조한 차량운행일지‥"허술한 증빙 어림없어"= A기업은 국세청의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벤츠 승용차가 업무용이라는 증빙으로 뒤늦게 차량운행일지를 제출해봤지만,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심판원은 결정문(2009부1886)에서 "차량운행일지는 당초 제출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기재된 내용도 동일 필기구와 동일 필체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증빙으로 제출하기 위해 최근에 일시에 작성한 것으로 보여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심판원은 벤츠 승용차가 업무용이라는 사실이 객관적인 증빙에 의해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국세청이 업무무관 자산으로 보고 법인세를 과세한 것은 잘못이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한편 이 벤츠 승용차는 2007년 12월부터 2008년 8월까지 9개월간 기사 인건비가 3500여만원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400만원에 육박했습니다.
만일 비용으로 처리됐다면 기사의 월급이 과도한 이유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했겠지만, 어차피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세청과 심판원은 이 문제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