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정부와 여당이 신용불량자 99만명을 구제하는 등 고리채 피해를 근절하기 위해 '서민금융보호대책'을 내놓는 등 '강력한 의지'를 국세청이 특별세무조사를 통해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권영훈 조사2과장은 "예전에는 거래하는 금융기관에서 신용불량자로 찍히면 다른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요즘엔 금융기관간에 신용불량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이들이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할 기회가 없어지게 된 것이 사채업자들을 양산하는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 고리채 폐해 실태=충남 보령시 한모씨(40)는 운영자금으로 '급전'이 필요해 사채업자로부터 50%의 이자로 1000만원을 차입했으나 변제하기로 한 날짜를 넘겨 결국 20억원의 슈퍼마켓 경영권과 냉동차 3대(시가 5000만원)등 전 재산을 빼앗기는 동시에 사채업자가 폭력배를 동원해 인근 야산으로 납치해 폭행 당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했다.
또 신용불량자인 30대 모씨는 "길동에 있는 사채업자 사무실에서 200만원을 빌리면서 선이자 40만원을 제외한 160만원을 받았는데 일주일 연체이자만 150만원이었다"며 "'은행으로 송금하면 죽여버린다'는 폭언과 협박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 권 과장은 "사채업자들은 처음에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은행이자율 정도의 저리로 빌려준다고 유혹하지만 연체 시에는 초고금리를 적용해 폭리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자인 경우 빌린 돈을 갚지 않는 경우 '신체포기각서'를 받고 빌려주는 등 폐해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권 과장은 "이들 사채업자들은 채무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내기 위해 조직폭력배들로 구성된 '채권추심팀'을 운영하면서 생명의 위협까지 하고 있어 인권 침해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부연했다.
◆ 사채업자들의 음성·탈루 소득 세금추징=국세청은 이번 특별조사의 목적 중의 하나로 사채업자들의 음성·탈루소득에 대한 '세금추징'을 꼽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이우성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지하경제는 전체 GDP(국내 총생산)의 11.3%에 해당되는 59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국세청의 세원 확보 노력과 탈세에 대한 감찰활동이 대폭 강화돼 탈세 적발로 인한 추징세액이 1,391억원(1999년) 달했으나 최근 카드 발급과 사용이 급증하면서 개인들의 무절제한 카드 사용으로 사채금융시장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하경제는 조세탈루를 목적으로 한 소득 은닉행위나 사채금융시장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비자금 조성과 비리, 범죄행위와도 연관돼 있어 정부의 세수 기반의 약화를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세청의 사채업자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는 서민보호 차원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정부의 세수기반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권영훈 과장은 "사채업자들의 음성·탈루소득은 합법을 가장한 거래가 많고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자체정보수집 전담반을 가동해 사채업자 김○○가 지난 1995년 이후 2,500여건에 달하는 부동산 담보대출로 얻은 사채이자수입 30억원을 탈루한 사실을 적발했다"며 "특별세무조사 외에 지방청 조사국에 사채업자 전담관리팀과 악덕고리사채업자 탈세신고센터를 함께 설치해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