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2010년 국세행정-'기본'으로의 '회귀(回歸)'

숨은 세원 양성화, 과세 사각지대(死角地帶) 감시 강화

국세청이 올해 첫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열고 2010년 국세행정 운영방안과 세부 실천과제를 확정해 발표했다. 2010년 국세행정의 화두는 ▲과세기반 확충 ▲납세서비스 강화 ▲탈세자 엄단 등 국세행정 '펀더멘탈(Fundamental)' 강화로 요약된다.

이 날(11일) 백용호 국세청장이 언급한 인사말은 의미심장하다.

백 국세청장은 "올해는 국세청 본연의 업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각종 행정 수단을 통해 과세기반 등을 확충,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평범한 원칙'이 구현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기 때문.

그 동안 국세청은 '권력기관'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최근까지도 크고 작은 정치적 사건 휩쓸려 구설에 오르내리는 등 부침을 겪었다. 이는 국세청이 해야 할 본연의 업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들이다.

국세청이 2010년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통해 발표한 숨은 세원 양성화 및 과세 사각지대 감시, 고소득 전문직 및 역외탈세자·변칙 상속.증여 행위 차단 등과 관련한 각종 행정적 조치가 내포하고 있는 취지와 의미는 한 가지다.

경인년(庚寅年) 한 해는 과세기반을 넓히고 탈세유인을 차단하는, 국세청 본연의 기능에만 충실하겠다는 의지, 바로 그것이다.

□ '평범한 원칙'의 구현= 국세청의 2010년 국세행정 운영방안의 핵심 중 핵심은 과세기반의 확충이다. 새로운 세원(稅源)을 발굴하는 것이 아닌,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무(無)세금 지대'를 끌어내 과세권으로 편입시킨다는 것이다.

이른바 불법적인 부동산 투기행위 등을 통해 지하경제로 흘러 들어가는 소득을 발굴하고 자금세탁 등을 통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엉뚱한 이들의 배를 불리는 비자금 조성 행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행정적 조치를 강화할 방침이다.

전문직, 의료업, 음식·숙박업 등 대표적인 고소득 업종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하는 한편 상시적인 세무조사 체계 구축으로 근로자들에게 '박탈감'을 심어주는 고소득층의 탈세행위를 적극 차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과세기반 확충과 탈세유인 차단은 국세청 존재의 이유인 본연의 업무다. 정치적 풍향에 좌충우돌, 휩쓸리는 '권력기관' 국세청은 국민들이 바라는 모습이 아니다.

소득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불법·탈법행위를 통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있는 탈세자들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평범한 원칙이 구현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국세청의 모습인 것이다.

□ 서민.기업 세정지원 강화= 서민, 기업에 대한 세정지원은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는 납세자들에 대한 서비스 측면이다. 탈세자에 대한 엄격한 대응이 '채찍'이라면 이 부분은 상대적 성실납세자에 대한 '당근'에 속하는 셈.

복잡한 국세행정 상담 루트를 통합(국세청 126 세미래(稅美來) 콜센터), 세금신고 및 납부·연말정산 등 모든 세금문제를 개인 세무계정에서 원스톱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My NTS' 시스템 구축 추진은 납세 서비스 강화 일환이다.

'종이 없는 연말정산 시스템' 구축, 세금신고 사전 작성(Pre-Filled)서비스, 사업자 등록 인터넷 처리 시스템 구축도 마찬가지.

국세청은 이와 함께 현재 시범 실시 중인 수평적 성실납세제도의 2011년 본격 시행을 위한 효율성 분석과 함께 올해부터 도입된 연결납세제도에 따른 기업부담 축소, 해외진출 우리기업에 대한 세정지원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1, 2년 동안 국세청은 납세서비스 부분을 유독 강조해 왔다. 이 같은 기조는 '사회봉사활동'이 강조되면서 국세청 사회봉사단을 창단, 납세서비스의 일환으로 편입되는 등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국세청은 올해에도 '납세자 지향세정'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납세서비스 강화를 위한 행정적 조치를 내놓았다. 다만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안의 핵심인 과세기반 확충, 탈세유인 차단 등 본연의 업무를 측면지원하는 수준으로 무게중심은 상당폭 낮아진 모습이다.

□ '탈(脫)권력기관' 구현 행보-성공여부 '관심'= 국세청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인사청탁 금품수수, 정치 세무조사 의혹 등 하나 같이 국세청 본연의 업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에 휩쓸린 탓이다.

국세청이 지난 수 십년 동안 '권력기관'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다.

국세청의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안은 권력기관 국세청에서 탈피, 본연의 업무만 충실히 이행하는 국세청으로의 회귀(回歸)한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2010년은 국세청이 탈(脫)권력기관 구현을 위해 첫 발걸음을 떼는 중요한 해다. 현 시점에서 성공여부를 따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대형 정치사건에 국세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되거나 거론되지 않는 기초 환경이 조성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