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보고서 통계 오류 속출‥신뢰성 저하 '인정'
사단법인 한국조세연구회가 부실한 행사준비로 참석자들의 빈축을 샀다. 조세연구회는 지난 18일 서초동 세무사회관에서 ‘납세협력 비용의 실태와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대안’이란 제목의 포럼을 개최했다. 이 행사는 작년 국세청이 한국조세연구원에 의뢰, 우리나라의 납세협력 비용을 조사·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국세청은 당시 발표에서 대한민국의 총 납세협력 비용이 7조140억원에 이른다며, 우리나라 국민이 지나치게 많은 납세협력 비용을 지불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서 일선 세무사 업계에선 “자칫 세무대리 비용 때문에 납세자의 부담이 늘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왔다.
이날 포럼엔 이 같은 업계의 분위기가 짙게 반영됐다.
주최측은 행사 전 “납세협력 비용의 증대원인은 과세당국이 징세비를 축소하려고 납세자에게 많은 의무를 부여한 데 있다”거나 “지난해 국세청이 납세협력 비용에 대한 정확한 개념없이 한국의 납세협력 비용이 매우 높다는 발표를 해 납세자와 세무사 간의 오해와 불신이 야기됐다”며 불편함을 표시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계원 조선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런 주최측의 입장을 최대한으로 반영, 납세협력 비용 문제가 세무사 등 관련 전문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풀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교수가 자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세운 연구 결과가 외부에 공표하기 어려울 만큼 부실했다는 점.
각종 통계에서 계산상의 오류가 발견된 건 물론, 일선 세무사가 불복청구를 하는 데 건당 80시간 안팎(심사청구 87.50시간, 심판청구 79.27시간)이 소요된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황당한 결과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토론자로 나온 김정식 세무사가 150쪽이 넘는 자료집을 일일이 넘겨가며 문제제기를 할 정도였다.
이와 관련해 주제발표자인 이 교수는 “구체적인 데이터는 전혀 공개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면 자료에 대한 신뢰성 문제 때문”이라고 밝힌 뒤 “설문에 응한 세무사가 40명 수준인 데다 그나마 응답 내용도 믿기 어려웠다”며 “나중에 다시 점검해볼 것”이라는 말로 연구결과가 매우 부실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그러나 김 세무사는 이 교수의 설명을 들은 뒤에도 “일선 세무사들에게 도움을 주는 자료가 됐어야 했는데, 말이 안 되는 수치로 인해 외부에 내놓을 수 없는 자료가 돼버렸다”며 발표자료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 이어갔고, 결국 포럼이 다 끝나기도 전에 청중들 다수가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진 조세연구원 박사는 “3~6가지 정도의 표준활동모형을 만들어놓은 뒤 각각의 활동을 몇 %나 하는지 기록하게 하고, 그 합이 100%가 넘지 않으면 다음 설문단계로 넘어갈 수 없도록 해야만 한다. 그러면 지금보다 더 객관적인 데이터가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모든 행사가 다 끝난 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연구를 위한 샘플도 부족했고, 이번에 활용한 표준비용모형(SCM)으로 인해서 연구결과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왔다. 그래서 연구를 의뢰한 주최측에 발표 연기를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추후 한국세무사회 등과 논의를 해 더 많은 세무사들을 대상으로 보강연구를 진행할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