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S 해킹 변조로 허위주문 계좌이체 가능
증권사의 주식거래 시스템(HTS)이 해킹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20일 금감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 HTS가 해커들에 의해 계좌이체나 허위매매 주문 등 해킹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금감원이 이 사실을 포착, 지난달부터 점검과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대부분의 증권사 HTS가 비슷한 방식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임을 감안할 때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비슷한 취약점이 있을 것으로 보고 면밀한 조사를 진행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 HTS가 해킹에 취약하다는 정보가 접수되어 실태 파악에 나섰다"면서 "보안문제 뿐 아니라 HTS 전반에 대한 점검도 같이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등이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현재 HTS는 이용자ID, 접속비밀번호, 공인인증서, 계좌비밀번호 등 여러겹의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으나 각종 보안 프로그램이 무력화되어 HTS 프로그램이 해킹될 경우 간단한 고객정보만으로도 계좌에서 돈을 빼내거나 허위 매매주문을 할 수 있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계좌번호 등의 고객정보들이 비교적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해커들이 HTS 프로그램을 해킹으로 변조한 후 고객정보와 결합해 범죄를 시도할 경우 대규모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별계좌에서 돈을 빼내는 인터넷 뱅킹과는 달리 증권사 HTS는 여러 사용자들의 주문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지며 상호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HTS의 변조와 해킹으로 허위 주문이나 위조된 주가 신호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사용자들에게 보내질 경우 증권거래 자체가 일시적으로 마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해킹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니고 사후 추적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섣불리 시도될만한 일은 아니지만 사전 예방 차원에서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이론적으로 모든 프로그램은 해킹이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면서 "어느 수준까지 막을 것인지, 이를 위해 얼마나 비용을 들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보안업계에서는 HTS가 해킹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실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HTS프로그램 자체도 여러가지 보안 프로그램을 담고 있어서 프로그램 변조를 통한 해킹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부 해킹 전문가들이 해킹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실제 피해로 연결될 가능성 사이에는 좀 간극이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보안업체 관계자는 "HTS프로그램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어 언제든지 소스코드를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뚫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개인들에게 직접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밖에 없는 HTS가 가진 한계"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의 경우 지난해 전체 주식거래대금의 47%, 코스닥 시장은 81%가 증권사들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거래됐으며 개인투자자들은 전체 거래대금의 79%를 HTS를 통해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HTS를 통해 거래된 주식의 총 거래대금은 2248조원에 이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