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돈이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져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회복했다.
돈이 빨리 도는 것은 금융시장의 기능이 정상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말하자면 그동안 돈줄이 막혀 있던 `돈맥경화' 현상이 점차 해소되면서 가계와 기업 등 돈을 필요로 하는 곳에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는 것이다.
다만, 이는 장차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통화당국이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통화유통속도, 바닥 찍고 반등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통화유통속도는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화유통속도는 연간으로 환산한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시중 통화량 지표인 광의통화(M2)로 나눠 계산한다.
통화유통속도는 그동안 계속 떨어져 왔다. 지난 2007년 4분기 0.808이던 통화유통속도는 2008년 1분기 0.778, 2분기 0.768, 3분기 0.747 등으로 줄곧 하락했다.
특히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금융시장이 극도의 경색에 빠진 2008년 4분기와 지난해 1분기에는 0.704와 0.687까지 내려갔다. 그러자 유동성은 대량 공급되지만 실물경제에 파급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됐다.
하지만 통화유통속도는 지난해 1분기를 저점으로 다시 상승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2분기 통화유통속도는 0.702로 다시 0.7을 넘겼고, 3분기에는 0.710으로 올라 2008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통화유통속도가 빨라진 것은 신용경색이 해소되면서 금융시장에 풀렸던 자금이 실물 경제를 뒷받침하는 데 역동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신용창출 1년來 최대…"물가 압력"
통화유통속도와 더불어 자금의 흐름을 진단할 수 있는 통화승수 역시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통화승수는 한은이 공급한 본원통화를 바탕으로 금융회사들이 대출 등을 통해 시중에 공급한 통화량을 보여준다. 보통 M2를 본원통화로 나눠 계산한다.
월별 통화승수는 금융위기 이후 대출창구가 막히면서 2008년 11월 26.3배에서 12월 24.2배, 지난해 1월 22.5배, 3월 22.4배 등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4월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한 통화승수는 11월 25.6배까지 상승했다.
통화승수가 올라갈수록 금융회사들이 고객을 상대로 신용 창출을 활발히 했다는 뜻이 된다. 지나치면 자산시장에 흘러들어 거품을 만드는 부작용도 있지만, 경제 주체들에게 자금이 활발하게 공급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앞으로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가 계속 높아질 경우 `출구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경제학에서는 통화량과 통화유통속도가 물가 또는 생산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돈이 빨리 돌수록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 송태정 박사는 "현재로서는 신용경색이 풀리는 정상화 과정이기 때문에 당장 출구전략의 시기가 임박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