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채무 적극관리 위해 재정사업 적정성·자금조달 등 심사
"자율성 침해, 투자위축" 반발 가능성도
정부가 공기업의 대규모 투자에 대해 사전 심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공기업 채무를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공기업의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한 직·간접 관리 방안의 일환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공기업 투자 사업에 대해 적정성, 사업 투자계획, 자금 조달 등을 사전 심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공기업, 준 정부기관의 사업 투자에 대해 사전에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인식 아래 사전 심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기업 투자는 이사회 결의에 따라 독자적으로 결정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가 개별 사업의 사전 심사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조치라는 게 공기업 안팎의 설명이다.
사전 심사 대상은 총 사업비 등을 기준으로 일정규모 이상의 대규모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이며, 사업 적정성, 자금 조달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을 경우 사업 유보·재검토 등의 결정을 내리는 방안도 정부는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로공사가 재정 사업을 추진 중인 제2경부고속도로, LH의 각종 신도시 및 기업도시 등이 심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말 현재 24개 공기업의 부채는 177조1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등 10대 공기업의 부채는 2008년 157조원이었지만 2012년에는 301조6000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정부는 대규모 사업에 대한 사전 심사를 통해 투자 계획을 조율함으로써 빠르게 늘어나는 공기업 부채에 대한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공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어 공기업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개별 사업에 대해 사전 심사를 할 경우 공기업의 투자 위축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며 "공기업의 자율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